출산율 줄어 주소비층 감소, 경쟁업체들은 사업 다각화…“유아차를 휠체어로 바꾸는 인식 전환 필요”
푸르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매각과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고 관련 부서에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며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회사가 힘든 상황이라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당사는 음료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 푸르밀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르밀은 1978년 롯데유업주식회사로 설립된 이후 롯데햄우유로 바뀌었다가 2007년 롯데그룹에서 계열 분리됐고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가나초코우유’ 등을 유행시키면서 연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1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3억 원 등 적자폭이 점점 커졌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품목별 소매 매출액을 보면 2020년 국내 분유 판매액은 559억 원이었다. 2019년 판매액이 831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32.7% 줄어든 수치며, 2017년 1628억 원과 비교했을 때는 3분의 1 토막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84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 감소한 582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0.3% 증가한 9396억 원이었지만, 73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719억 원이었던 것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그나마 매출 증가의 요인도 우윳값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르밀의 고전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푸르밀과 경쟁업체들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 늘어난 1조 5519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878억 원으로 같은 기간 1.5% 증가했다. 기존 분유, 우유 등 유가공 제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효과로 해석된다. 산양분유 시장 1위 일동후디스도 2020년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을 출시하며 반등을 꾀했다. 지난해 일동후디스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8.9% 늘어난 221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10억 원으로 58.8% 증가했다.
앞의 푸르밀 관계자는 “유제품 관련 포트폴리오가 특화된 기업이다 보니 다른 신사업이나 건강기능식품 쪽으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았다”며 “앤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가공유나 유제품 등을 위주로 신제품도 출시하고 리브랜딩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유가공 제품의 주 소비계층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유제품만으로 타개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업체 시장은 전반적으로 어둠이 앞에 놓여 있는 산업으로서 다각화해서 살 길을 찾아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아차를 휠체어로 바꾸는 식으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또 “아직 비교적 출산율이 높은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시장에서 리포지셔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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