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사는 아들 중학 입학시험 응원 약속 지키려 38일간 자전거로 달려…인터넷 등에 동영상 공유되며 많은 화제
런중취안은 샤먼에서 일용직으로 오랫동안 일했다. 지체장애 4급인 아내도 샤먼의 한 신발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지냈다. 아들은 고향에 있는 노모에게 맡겼다. 2017년 런중취안은 고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두 차례나 창업에 실패해 모은 돈을 날리고, 심지어 2019년엔 큰 병과 사고로 병원을 드나들었다.
2021년 결국 런중취안은 돈을 벌기 위해 샤먼으로 다시 떠나야 했다. 런중취안은 떠나는 날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친구들과 사귀어라”면서 “중등학교 입학시험을 보는 날 응원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너를 만나러 오겠다”고 말했다.
아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지 마시라”고까지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아버지인 런중취안은 어린 시절 병으로 인해 양쪽 눈 모두 장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3m 밖에 있는 것은 거의 볼 수 없다. 그는 시각장애인 증명서를 갖고 있다.
샤먼으로 돌아온 런중취안은 자전거부터 찾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집 주인의 지인이 튼튼한 자전거를 정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자전거를 60위안(1만 1000원)가량에 매입한 뒤 바퀴 등을 수리했다.
자전거를 마련한 런중취안은 틈틈이 장거리 경주를 대비한 물품을 사들였다. 150위안(2만 7000원)짜리 텐트를 산 뒤 자전거 예비 부품들도 마련했다. 만일의 일을 대비한 호신용 장비들도 샀다. 그는 비록 한 달에 4200위안(78만 원)밖에 벌지 못했지만 아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침내 기다리던 출발일이 왔다. 아들의 시험은 5월 23일이었고, 이를 맞추기 위해선 최소한 4월 14일에 출발해야 한다고 계산했다. 아내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보러 가는 걸 반대했다. 아내는 “길도 멀고 몸도 좋지 않다. 길에서 사고를 당하면 알 방법도 없다”면서 “아들도 사춘기 지났으니 이해해줄 것”이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런중취안은 “거짓말 하는 아빠가 될 수 없다”며 길을 나섰다.
런중취안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목적지로 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이 막힌 지역이 있어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이로 인해 당초 2300km로 예상했던 총거리는 2520km로 늘어났다. 거리가 늘어나면서 마음이 급해진 런중취안은 더 빨리 페달을 밟았고, 결과적으로 봤을 때 총 시간은 줄었다. 당초 5월 23일 도착 예정이었지만 이틀 빠른 21일에 아들과 만났다.
런중취안은 동영상 플랫폼에 매일 자신의 여정을 정리해 올렸다. 이를 본 친척과 친구들은 “도전이 성공하길 바란다” “안전에 유의하라”며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또한 동영상이 알려지면서 많은 팬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영상은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런중취안을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무거운 짐과 날씨였다. 장비 풀세트, 짐, 그리고 간단한 물과 음식을 가방에 넣으면 대략 72kg이다. 날씨는 한낮엔 30℃가 넘었다. 밤에는 또 추워서 일교차를 조심해야 했다. 런중취안은 반팔 두 벌과 가을 옷 한 벌만으로 여정을 마쳤다.
38일간의 여행에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특히 어려울 때 도와준 귀인들이 많이 떠오른다고 했다. 비를 맞아 처마 밑에서 떨고 있을 때 자신의 집으로 안내해 준 노인,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자 숙박비를 깎아주고 음식을 대접해준 호텔 사장 등이다.
위험할 때도 많았다. 특히 낙석을 주의해야 했다. 돌이 굴러와 패인 자국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쪽은 절벽인 곳을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건널 땐 정말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런중취안은 “이 산길을 7시간 동안 가야 했다. 개미 한 마리 보지 못했고, 오로지 흐르는 물소리에 의존해서 갔다”고 떠올렸다.
런중취안은 샤먼에서 코로나19 자원봉사자로 30일간 일한 적이 있었다. 오전 7시부터 3시까지 방역소를 순찰하는 업무였다. 당시 받은 봉사카드는 이번 여행에서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마다 이 카드를 보여줬는데, 방역소 직원들은 친밀감을 표시하며 물과 음식을 제공해줬다.
런중취안이 하루 동안 가장 많이 달린 거리는 112km다. 가장 짧은 거리는 35km로 이날은 산을 넘는 코스였다. 총 38일 동안 5일은 휴식을 취했고, 33일을 달렸다. 런중취안은 5월 21일 목적지인 쓰촨에 도착했다.
런중취안은 코로나19 때문에 자신을 걱정해준 지인들의 집은 들르지 않고 바로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집에 있던 아들은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자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아들은 아버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다. 몇몇 언론 매체가 이 소식을 보도했고, 이를 본 선생님이 자신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앞에서 직접 아버지를 보니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런중취안은 한 인터뷰에서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아들에게 너무 소홀했다. 아들의 성적이 어떤지, 특기가 어떤지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보니 얼굴을 봐도 조금 서먹서먹했다”고 했다. 런중취안은 이제부턴 고향에서 아들과 지내고 싶다고도 했다.
“이제 이런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의 도전이 아들에게 교훈이 되길 바란다. 약속을 지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시험에 붙고 안 붙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격려해주겠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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