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 유동인구 급등 앞두고 비상…일각에선 확진자 통계 및 자국 백신에 대한 불신도
베이징시 질병통제센터 브리핑에 따르면 4월 28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6명이었다. 이날 집계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차오양구는 14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팡산구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순이구(8명), 퉁저우구(6명) 등이었다. 이미 차오양구뿐 아니라 베이징 전반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베이징시는 4월 25일 차오양구를 통제구역으로 선포할 때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 병원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식당, 극장, PC방 등은 문을 열 수 없다. 또 차오양구 내 위치한 회사의 직원들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곤, 재택근무가 원칙이다. 주민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신들이 사는 주거지를 벗어날 수도 없다.
이는 ‘상하이 학습효과’ 때문이다. 상하이시는 초반 대응에 실패하면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졌고, 결국 도시 전체를 봉쇄해야 했다. 이를 지켜본 베이징시는 확진자가 처음 나온 차오양구를 집중 관리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베이징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의 코로나19 통계를 믿기 어렵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차오양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은 상하이처럼 베이징도 봉쇄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나뿐 아니라 주변 모두 마트와 시장에서 음식, 휴지 등 생필품을 사 모으고 있다. 그런데 물량이 부족하다. 이는 시가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니냐. 구의 인구가 400만 명에 가까운데 발표를 보면 하루에 10명대다. 이게 정확하다면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닌데 통제까지 할 이유가 있느냐. 실제론 더 많을 거라고 수군댄다. 다른 구에서도 이미 확진자가 많다고 들었다.”
4월 27일 찾은 한 시장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이틀 전은 상황이 달랐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차오양구 통제 발표 후 물건들을 ‘사재기’하려는 손님들이 몰렸다. 그러자 베이징시는 시장에 대한 물품 공급을 대폭 늘렸다. 4월 27일 하루 이 시장의 채소 출시량은 2만 5800t(톤)이다. 34년 만의 최대 규모다. 사재기로 뛰는 듯했던 채소 가격은 공급 확대로 오히려 하락했다.
4월 27일 신파지시장에서 한 음식점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틀 전) 사재기가 벌어졌을 때 시장에서 채소를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급히 공수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시장에 채소가 넘쳐난다. 보통 7시쯤 들어오던 채소가 지금은 새벽 3시면 온다”고 했다. 그는 “채소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비슷한데 공급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 음식점 주인에 따르면 4월 25일 폭등했던 배추, 가지, 대파, 무 등의 가격이 지금은 거의 원상으로 돌아왔다. 공급이 늘어나 더 떨어진 품목도 많다. 26일 한 근에 6위안(1100원)을 주고 샀던 흰콩의 가격은 27일 3위안으로 내렸다. 혹시 품질이 떨어지는 채소가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주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가지를 사다가 상점 등에 납품을 한다는 이도 비슷하게 말했다.
“가지 공급이 하루 만에 크게 늘었다. (불량 가지가 있나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한 상자를 열어 가지 하나를 뽑았다. 1급 가지였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25일 3위안(560원)이던 가지가 26일 2위안(380원)으로 떨어졌다. 25일 사재기 열풍 때문에 나도 가지를 쌓아놨는데 이렇게 빨리 평상시의 수준으로 돌아올지 몰랐다. 27일 현재 가지 공급이 25일 전보다 훨씬 늘었다.”
베이징시는 시장으로 인력이 몰리는 것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했다. 우선, 시장 동서남북 각 게이트에 방역 컨트롤타워를 세웠다. 직원과 차량 탑승자는 온도를 체크해야 하고, 48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날씨가 덥거나 일을 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도록 내부 감시를 강화했다. 통제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선 시장에 직통버스 수십 대를 배치, ‘채소 선물 꾸러미’를 배달하기로 했다.
현재 베이징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중에서 중학생 이하 비율은 30%가량이다. 확진자 3명 중 1명인 셈이다. 베이징시는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는 4월 30일보다 하루 앞선 29일 초중고와 유치원 모두 휴교를 한다고 밝혔다. 연휴가 끝난 후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48시간 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소지해야 학교로 올 수 있다.
이에 대해선 호의적인 반응이 많지만 실효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베이징 거주 한 학부모는 “베이징은 전국에서 학구열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노동절 연휴에 과외나 학원을 가지 않는 학생은 없다.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온다. 단지 학교를 막는다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을 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더욱 철저한 격리와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대 고비는 바로 노동절 연휴다. 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 3200만 명이 철도를 이용해 이동할 것으로 점친다. 국무원은 4월 28일 ‘노동절 연휴 방역’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통운수부, 국철그룹 등 운송․여객과 관련 있는 기관의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국무원 측은 “안전한 여행을 위해 철도를 엄격히 통제하겠다”면서 여행객과 여행사를 위한 지침서를 발간한다고 했다.
우선 여행사는 ‘코로나19 예방 관리 업무’를 지켜야 한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위험지역의 단체관광은 금지된다. 여행객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또 밀폐된 곳에서의 식사는 될 수 있으면 삼가고 수저 등은 개인적으로 준비할 것을 권장했다. 국무원 측은 “연휴 기간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합동 방위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억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들에 대한 접종이 시급하다. 현재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인원은 대략 12억 명을 웃돈다. 3차는 그보다 훨씬 줄어든 7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은 ‘방역 자립’을 선포해 자국 백신만을 접종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기세가 꺾이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주민들 사이에선 백신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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