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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성용이 지난 8월 21일 세인트 존스턴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지만 팀은 0 대 1로 패했다. 로이터/뉴시스 | ||
셀틱의 닐 레넌 감독은 유럽 내 여름 선수 이적시장 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기성용은 1000만 파운드짜리 가치를 지녔다. 언젠가 우리 팀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것이다.”
한화로 약 160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는 유럽 내에서도 특급에 조금 못 미치는 A~B급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셀틱만의 희망이자 바람이 섞인 상징적인 금액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기성용이 팀 내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높은 가치를 받을 만한 실력을 충분히 갖췄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무수히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타 리그보다 먼저 개막한 2011~2012시즌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한창 활약하고 있을 때에도 각종 이적설은 끊이질 않았다. 여기 저기에서 거론된 클럽들 숫자만 합치면 박주영의 상황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 프랑스 언론들의 분석에 따르면 아스널이 박주영을 데려오기 위해 전 소속 팀 AS모나코에 지불한 이적료는 1200만 유로, 한화로 184억 원가량이라고 하니 기성용의 가치가 실로 대단하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독일의 축구 이적시장을 주로 분석해온 ‘트랜스퍼 마르크트’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료로 약 1100만 유로(172억 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 기성용은 박주영-박지성에 버금가는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기성용의 부친이자 광주시축구협회장을 역임 중인 기영옥 씨도 “많은 클럽들이 아들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다만 당장 이적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적정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유럽 빅리그의 관심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기성용의 에이전트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C2 글로벌의 추연구 이사는 “(기)성용이에게 단순한 관심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 팀들은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선수에게도 궁합이 있다. 단순히 빅리그에 속해 있다고 해서 높이 평가할 수도 없다. 셀틱도 비록 스코틀랜드라는 한계가 있으나 젊은 자원이 큰 선수로 성장하기에 아주 적합한 팀이다. 어지간한 유럽 중하위 팀들보다 환경적인 면에서, 인프라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나은 부분도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성용의 몸값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일단 “1000만 파운드 이하로는 절대로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레넌 감독과 셀틱 구단의 입장과는 별개로 개괄적인 수치를 추산할 만한 자료가 나왔다.
얼마 전 폐장한 유럽축구 이적시장을 살피면 기성용에게 관심을 보인 클럽들이 셀틱 측에 제시했다는 이적료는 대략 400만~800만 파운드 선이다. 작년 1월 200만 파운드(당시 환율 35억 원)가량의 이적료로 K리그 FC서울을 떠나 셀틱에 안착했던 기성용의 가치는 무려 4~5배 이상 수직 상승한 셈이다. 최근 국가대표팀 A매치와 소속 팀 경기를 통해 기성용의 활약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겨울 이적시장 때는 셀틱이 원하는 금액 이상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성용이 셀틱으로 처음 이적했을 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은 역시 피지컬과 체력이었다. 그러나 1년 반 만에 기성용을 똑같은 문제로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포지션의 성공적인 변화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K리그에서 기성용은 중원에서 뛰었음에도, 주로 무게 중심은 공격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셀틱은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려 했다. 격렬한 몸싸움과 90분 내내 고른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체격을 함께 끌어올려야 했다. 한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고, 결국 서브 멤버로 밀려난 것도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들었고, 덩치 큰 상대 공격수와의 파워 게임에서 밀리지 않을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마냥 수비 지역에 가깝게 위치하는 건 아니다. 종종 탁월한 공격 본능을 발휘해 벤치를 놀라게 한다. 2선에서의 침투와 과감한 중거리 슛, 문전 내부에서의 위치 선정과 찬스 때 적절히 시도하는 슛은 기성용만의 장점이다. 레넌 감독과 스코틀랜드 언론들도 이를 놓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대표팀 조광래호에서는 전담 프리키커를 맡으며 역할과 활동의 폭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필요할 때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고, 팀 내에서 부여받은 (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충실히 소화하는데 누구도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빼어난 그라운드 내 실력 외에도 훈련 및 생활 태도와 언어적인 부분에서도 기성용은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호주 존 폴 칼리지 시절에 배운 유창한 영어는 자신의 의사를 동료들을 비롯한 주위에 뚜렷하게 밝힐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훈련량은 한국 선수 특유의 성실함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다.
조 감독은 “기성용은 볼 때마다 발전하고 있다. 자신에 비해 훨씬 몸집이 큰 외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스스로 감각을 키우고 있다”며 흡족함을 감추지 않는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