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운행 대수 확대는 걸림돌 많아…개인택시 사업자들 인센티브에 움직이기 시작
택시업계는 줄곧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방안으로 요금 인상을 제시해왔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택시 기사들이 배달·물류 업계로 전직하는 현상이 이어졌는데, 세 업계를 비교했을 때 택시기사가 노동 강도 대비 월급이 가장 적다”며 “요금 인상으로 택시 기사들이 받는 수익을 다른 두 업계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택시 요금이 기사들의 수익에 직결되는 것은 맞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아이엠 택시 등은 대형 택시를 운영 중이다. 대형 택시는 바퀴 회전수를 세는 방식을 쓰는 기계식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로 시간·거리·속도를 반영해 택시 요금을 산정하는 앱 미터기 방식을 사용한다. 또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0.7~4배 요금이 조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형 택시인 카카오 T 벤티의 운행 매출을 기준으로 플랫폼 수수료 10%를 제한 금액을 사업자의 수익으로 귀속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벤티에 0.8~2배 수준의 탄력 요금제를 적용해 운영 중이다. 게다가 벤티는 강제 배차 방식으로 기사가 쉬는 시간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해야 한다. 월 1000만 원을 버는 벤티 기사들이 나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수익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택시 요금 인상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택시 요금은 사업자들의 신고제로 운영된다. 법대로라면 사업자가 마음대로 택시 요금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고제를 빙자한 허가제라고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음대로 택시 요금을 정했다가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탄력 요금제 역시 법적으로 플랫폼 가맹 택시는 중형 택시도 탄력 요금제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지난해 중형 택시로 운영되는 스마트호출 서비스의 호출비를 1000원에서 0~5000원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가 이용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서비스 자체를 폐지했다.
그렇다고 대형 택시를 사업자들이 원하는 만큼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차량 확보부터 쉽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까지 벤티 1만 대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차량 공급 지연 등 운행 대수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기사들이 대형·고급 택시 면허를 취득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개인택시 기사에 한해서는 최소 5년 이상 무사고 사업 경력을 가진 기사만 대형·고급 택시 면허로 사업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개인택시조합은 “5년 이상 무사고 경력이라는 요건은 대형·고급 택시 분야에 개인택시 사업자가 진입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현실에 맞지 않는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기사 수를 늘리기 위한 다른 대책들도 나오고 있다. 법인 택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 쿠팡 플렉스나 배달의민족 커넥트처럼 택시 기사도 프리랜서를 모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택시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 중 신청자를 받아 심야 시간대 법인 택시 가동률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 사회복무요원들이 택시 운행으로 급여 외 수익을 올리도록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택시 기사를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법과 제도를 개편하면 택시 법인들은 놀고 있는 택시를 돌릴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심야 승차난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택시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인 택시 가동률을 늘려 승차난 해소를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지만, 앞서 두 방안은 현실화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 개정으로 사회복무요원, 프리랜서 등 다양한 방안으로 기사를 모집해 승차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 좋은 그림만 생각하면 안 된다. 이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도 고려해야 한다. 택시는 물건 배달을 넘어 사람의 이동을 돕는 서비스기 때문”이라며 “법과 제도가 완벽히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상황이 분명 발생할 것이다. 법·제도를 개정하는 데 앞장선 이들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질 것이다. 정부, 지자체, 택시 노조 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시개인택시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개인택시를 대상으로 지난 5월 12일부터 6월 3일까지 강남역, 종로2가, 홍대입구역 등에 설치된 임시 택시 승차대인 ‘해피존’에서 매주 목·금요일 심야 시간대에 승객을 태운 택시 기사에게 최대 1만 원까지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2시 30분에서 23시에는 3000원, 23시에서 24시에는 5000원, 24시에서 다음 날 1시에는 1만 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7일까지 인센티브를 받은 개인택시는 6722대로 집계됐다.
앞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특히 서울시는 택시 면허 수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다. 수년간 택시 감차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택시 총량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결국 서울시 택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택시를 움직여야 한다”며 “서울시의 인센티브 지급 소식과 부제 해제로 해당 시간에 택시가 수천 대 이상 밖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즉 여러 가지 대책보다 인센티브 지급이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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