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80년 서울의 무더운 여름 평범한 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기묘한 일이 발생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놀던 고등학생 이승호(18), 동네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던 한일영(23), 형과 함께 사진관을 운영하던 박이수(24) 역시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끌려가는데 '탕! 탕! 탕!' 귀가 찢어질 듯한 공포탄 소리와 함께 빨간 모자를 쓴 군인들의 몽둥이세례가 쏟아지는 이곳은 바로 '군부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중학생 정도 되는 앳된 소년에 여성들까지 이렇게 갑자기 군부대로 끌려가게 된 사람들이 무려 4만 명에 이른다.
1980년 8월 '사회악 일소 특별 조치'로 일명 '불량배 소탕 작전'이 발표됐다. 사회악을 제거하고 새 사람을 만든다는 명분 아래 대대적인 홍보가 진행된다. 불량배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고 정말 그곳에 가면 '새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아래 숨겨진 진실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훈련과 쏟아지는 매타작, 끔찍한 가혹행위로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까지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은 따로 있었다.
가축보다 못하면 고기도 먹지 말라는 이곳의 끔찍한 규율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우고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해야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불량배 교육장의 24시간이 낱낱이 공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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