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수주 실적 아쉬워, 2023년 적자 탈출 놓고 증권업계 엇갈린 시각…삼성중공업 “목표 달성 문제없어”
삼성중공업은 2015년 이후 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도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의 최근 8년 누적 적자 규모는 6조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3조 8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를 할 때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내년에는 반드시 흑자 전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 추세에서는 올해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흑자 전환을 하더라도 그 폭이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7일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SK해운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으로부터 17만 4000㎥급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선박들은 카타르에너지의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도 최근 LNG운반선 두 척을 5375억 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계약 대상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해당 계약 역시 카타르 LNG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LNG운반선 선표 예약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은 척당 2억 1400만 달러(약 2764억 원)에 계약했다. 지난 5월 기준 17만 4000㎥ 이상 LNG운반선의 신조선가 평균인 2억 2700만 달러(약 2931억 원)보다는 낮은 금액이지만 내부에서는 당초 우려했던 1억 8000만~1억 9000만 달러(약 2325억~2454억 원)의 계약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업계에서는 카타르가 2020년 계약 당시의 선가를 요구해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었다. 1억 9000만 달러 수준의 가격으로 본계약을 체결해 100여 척을 공급하면 조선사 입장에서는 최대 수천억 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로 올해 수주 달성률을 끌어올렸다. 한국조선해양은 6월까지 총 105척, 129억 달러(약 16조 6591억 원)를 수주해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연간 수주 목표의 7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총 59억 3000만 달러(약 7조 6592억 원)를 수주함으로써 목표 달성률 66.6%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이목은 자연스럽게 삼성중공업에 쏠린다. 삼성중공업도 LNG 프로젝트 본계약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우려했던 것보다 높은 가격에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중공업 투자자들도 안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올해 수주 실적이 기대를 밑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달성률은 지난 5월 말 기준 33%에 그친다. 카타르 관련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목표 달성률은 40~50%에 불과할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010년대 이후 계속됐던 저가 수주의 악몽 때문에 신규 수주를 꼼꼼히 살피고 있고, 이로 인해 일감을 따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한 직원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저가 수주가 반복됐던 것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무리한 수주를 일삼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반대로 현장에서 더 많은 일감을 원하는데 본사가 보수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수주 달성률보다는 계약의 실리가 중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삼성중공업 다른 직원은 “후판 등 강재 가격이 치솟고 있고, 강재를 가공하는 조선기자재 가격, 현장 인력들의 몸값 등 모든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지난해 조선 3사 모두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는데 올해는 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3월 증권사 연구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목표 달성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중공업이 2023년에 최소 1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선박을 대거 수주했기 때문이다. 통상 조선사는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 대부분을 받는 ‘헤비 테일’ 방식으로 수주 계약을 맺는다. 2021년 체결한 계약의 선박이 2023년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되는 만큼 2023년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3년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SK증권은 삼성중공업이 올해 28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890억 원, 7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중공업이 2023년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영업이익이 41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인력 수급 등의 어려움으로 수익성이 타 조선소보다 낮고, 수주 또한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며 “LNG선 강세만으로 전반적인 수주 규모의 감소를 커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7년째 적자를 내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많이 실시했고, 남아 있는 직원이나 협력사들도 사기가 떨어져 있는 편”이라며 “이러니 정작 일해야 할 때도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중공업 측은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프로젝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LNG 시황도 좋고, 올해 남은 기간이 있기 때문에 수주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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