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이나 숯 등 ‘천연 가습기’는 집안 습도유지 및 공기정화뿐 아니라 아이들 정서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
# 가습기 살균제 피해 늘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환경단체의 2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미확인 폐질환에 걸려 사망한 사례는 이제까지 확인된 경우만 18건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9월 발표한 1차 피해 조사에서 8명이었던 사망자는 2차 조사 결과 10명이 더 늘어났다. 피해 연령대도 더욱 넓어졌다. 영유아와 산모뿐만이 아니라 임신 6~8주차의 태아와 10대 청소년, 40~50대 성인까지 포함되는 등 노인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가족이 함께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았다.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대는 영유아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세쌍둥이 중 둘째로 태어난 A 군이 생후 이틀 만에 병원에서 호흡곤란증후군과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을 비롯해 2일~31개월 영유아 1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영유아가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11건, 현재 검사 중인 사례 2건, 증상이 의심되는 불안사례 2건 등 총 58건의 피해 접수 사례 중 절반에 달하는 29건이 영유아 연령대에서 발생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를 3년간 사용해온 임산부가 천식이 심해져 호흡곤란증후군으로 결국 임신 6~8주차에 태아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고, B 군(34개월)과 C 군(41개월) 등 2명이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사망했다. 산모의 경우도 폐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등 모두 6건의 피해 사례가 발생했으며, 또한 중학생 청소년과 40~50대 남녀 성인 등 3명이 외부독성물질에 의한 폐질환으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모두 모 할인마트 PB상품인 가습기살균제를 수년에 걸쳐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족단위의 피해 사례도 많았다. 전체 피해 접수 사례 중 11건이 가족 구성원이 일부 혹은 모두가 피해를 당한 경우였다. 서울 화곡동에 살고 있는 주부 D 씨(28)의 첫째가 간질성폐질환을 앓았으며, 미숙아로 태어난 둘째는 2개월 만에 사망했다. D 씨도 유사한 증세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D 씨는 임신 당시 가습기 살균제를 하루 종일 사용했으며 일부러 가습기 노출을 많이 하기 위해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아기와 생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환경보건 역학조사 결과 환자집단이 비교집단에 비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발병비가 무려 47.3배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강제회수하지 않고 자발적인 판매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의 조치에서 그친다면 이번 겨울에도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차 피해사례 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동물실험 등 추가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관련 가습기 살균제의 범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뿐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폐 손상과의 연관성은 이미 충분한 근거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강제 리콜 같은 정부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우선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야
미확인 폐질환의 원인물질로 지목된 가습기 살균제엔 샴푸나 세제에 들어가는 화학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로 씻으면 안전하지만 폐에 직접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들 성분을 제조에 사용해도 좋다고 허용한 제품들을 보면 모두 샴푸나 세제처럼 사용 후 물로 반드시 씻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가습기 살균제를 배양한 폐 세포에 직접 닿게 했더니 세포가 손상되는 걸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 성분이 결국 폐 세포를 손상하는 주범이란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샴푸나 세제에 들어가는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다면, 가습기를 통해 폐까지 직접 유해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런 성분이 가습기의 미세한 기포와 결합해 직접 폐 속으로 들어간다면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유해 물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에 생긴 염증이 결국 폐 섬유화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유해성분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것은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돼, 의약외품이 아니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식약청이 관리하게 되었다.
이처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건조한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가습기.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 정부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살균제 사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가습기는 자주 청소하고, 깨끗한 물만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아기가 있는 집은 끓여서 식힌 물을 써야 한다. 수돗물은 하루 전 미리 떠놓고 불순물이 가라앉은 후 사용한다.
# 습도유지·공기정화 ‘식물의 힘’
그래도 가습기 사용이 꺼려진다면 매일 씻어야 하는 가습기 대신 가습효과가 뛰어난 천연 가습기를 이용해 보자.
▲식물을 실내에 둔다=가습효과가 뛰어난 식물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집안이나 사무실에 식물을 두면 가습효과뿐만 아니라 공기정화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 정서발달에도 좋아 가습기 대신 사용할 만한 식물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잎으로 수분을 뿜어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식물 가운데 수경식물은 특히 가습 효과가 뛰어나다. 수경식물이 자라는 물 자체가 습도유지에 도움이 되고 식물 또한 잎의 뒷면에 있는 기공을 통해 물이 기체 상태로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가는 증산작용을 한다. 두 가지 효과가 더해져 다른 식물보다 습도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경식물로는 부레옥잠과 행운목, 개운죽 등이 있고, 알로카시아는 가습효과가 큰 식물로 알려져 있다. 알로카시아 같은 경우는 아침에 일어나서 이파리 끝에 이슬이 맺힐 정도로 증산작용이 뛰어나다.
이 밖에도 건조한 사막지대에 사는 선인장처럼 수분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다육식물도 천연 가습기로 그만이다. 모양도 아담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토피어리 화분도 효과적이다. 각종 귀여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토피어리는 철사로 모양을 만든 후, 물이끼를 감아 만든 화분이다. 특히 아이 방에 예쁘게 만들어 놓아두면 좋아하고, 표면에 물을 분무해주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해서 좋다.
▲숯을 이용한다=숯을 집안이나 사무실에 두면 건조할 때는 수분을 방출하는 가습기 역할을 한다. 반대로 실내 습도가 높을 때는 습기를 빨아들여 적절한 습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한 숯 자체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음이온이 많은 곳에 있으면 마치 나무가 많은 곳에 있는 것처럼 머리가 맑아지고 쌓인 피로가 풀려 몸에 활력이 생긴다. 나쁜 냄새를 흡착하는 탈취, 물건을 썩지 않게 하는 방부, 균을 제거하는 살균 효과까지 뛰어나니 웬만한 공기청정기보다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숯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해서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숯에서는 원적외선도 방출된다. 원적외선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아이들 공부방이나 서재, 침실에 숯을 두면 이런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냄새가 나기 쉬운 화장실이나 신발장, 쓰레기통, 창고 등에도 숯을 넣어두면 악취를 없앨 수 있어서 좋다. 살균효과로 인해 바퀴벌레, 진드기, 개미 등을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다.
사용한 숯은 새집이라면 1~2개월마다, 그렇지 않을 때는 3~4개월에 1번 물에 숯을 넣고 팔팔 끓인 다음 햇볕에 말려서 쓰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숯을 처음 쓸 때도 같은 방법으로 소독한다.
# 젖은 타월이나 빨래, 키친타월 이용해도 간편
가장 쉬운 천연 가습기는 바로 젖은 빨래나 타월.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빨래나 타월을 물에 적셔서 널어 놓으면 된다. 아니면 부엌에서 사용하는 키친타월을 큰 그릇에 물을 가득 부은 뒤 그릇 양 끝에 젓가락을 걸쳐놓고 키친타월이 물에 잠기도록 얹어두면 좋다. 모세관 현상에 의해 키친타월 속으로 물이 조금씩 흡수되면서 가습기 역할을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하루 지난 물 무조건 교체
가습기를 제대로 관리하면 살균제 없이도 쓸 수 있다.
◇하루 지난 물은 무조건 갈아준다=하루 이상 지난 물을 쓰면 세균번식의 위험이 크다. 물을 갈 때는 본체에 있는 물까지 갈아준다.
◇천연 세제를 이용한다=가습기는 살균제나 세제 대신 굵은 소금이나 소다, 식초 등 천연 세제를 넣고 손으로 문질러 닦아준다. 일반세제는 제대로 씻기지 않아 수증기에 섞여 분무될 수있으니 피한다. 가습기의 물통 분무구는 세균이 좋아하는 환경이니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희석한 물로 닦아준다. 입구가 좁은 곳은 흔들어서 씻고 진동자 부분은 내장솔로 닦는 게 요령. 이물질은 솜에 식초를 묻혀 닦아준다.
◇자주 청소한다=번거롭더라도 최소한 분출구 주위는 주 2~3회, 가습기 본체 내부와 진동자 표면과 주위는 주 1~3회 자주 청소하는 것이 좋다.
◇말려서 보관한다=가습기를 쓰지 않을 때는 물을 완전히 빼고 건조한 상태로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