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시계인 절기도 옛말이 되어가는 걸까. 찰나의 봄을 지나 벌써 여름이다. 기후변화로 점점 높아지는 기온, 달라지는 땅과 바다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먹거리를 일궈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경북 포항 거친 파도에 수심이 깊은 이 동해 바다에는 조금 특별한 가두리가 있다. 수심 10미터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는 '중층식 가두리'다. 35년 전 해상 가두리 양식에 뛰어든 최준식 씨,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이 양식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폭염과 함께 나타나는 고수온 피해도 적고 거친 동해 바다에도 적합한 새로운 양식법으로 다양한 어종들을 키우는 중이다. 기온이 높아지고 수온이 올라가자 바다에서 키우는 고기 어종들도 변하고 있다. 양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난류성 어종, 참돔과 제주와 남해에서 주로 살던 아열대성 생선까지 예전에는 보기 힘들던 생선들로 바다 밥상이 가득하다.
예전에는 가자미와 물메기를 주로 만졌다는 바닷가 어르신들 이제는 도미 손질도 척척이다. 이 마을의 오랜 특산물인 돌미역과 함께 예전에 주로 넣어먹던 광어 대신 남쪽 바다에서 이사 온 녀석 다금바리를 넣고 푹 끓여낸다.
쫄깃쫄깃한 육질의 참돔으로는 포항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온 어부들의 별식 물회를 만든다. 고추장만으로 개운한 맛을 내는 게 포항의 전통이다. 살집이 두툼한 참돔을 쪄내고 데친 콩나물을 진득하게 무쳐 덮어주면 담백한 생선살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별미가 완성된다. 달라진 바다의 맛들로 채워진 새로운 밥상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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