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4일 제주도 성산일출봉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기원 D-200 행사가 열린 가운데 뉴세븐원더스 설립자 버나드 웨버가 자신의 카메라에 성산일출봉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
세계의 명소 중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뽐내는 7곳을 뽑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뉴세븐원더스라는 비영리재단에 의해 2007년 7월 추진됐다. 최초의 후보지 452곳 중 전세계 1억 명의 인터넷 및 전화투표,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2009년 9월 최종 후보지 28곳이 선정됐다. 제주도는 브라질의 아마존, 베트남 하롱베이, 몰디브 섬 등 세계 유명 명소들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사실 뉴세븐원더스로부터 참가비 199달러만 내면 된다는 참가제안서를 받기 전까지 국내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이벤트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최종 후보지에 오르게 되자 본격적인 선정 경쟁에 참여했다. 이후 지난 2010년 11월 정운찬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라는 민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를 알리고 제주도가 선정될 수 있도록 홍보 역할을 맡았다.
지난 11월 12일 새벽 마침내 투표결과가 발표됐고, 제주도는 지난 1년간의 노력 끝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선정기간 내내 선정방법과 선정기관의 공신력 등 뉴세븐원더스 재단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문제들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자는 뉴세븐원더스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지난 11월 1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회)를 찾아 입장을 들어봤다. 위원회 측은 그동안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앞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재단으로부터 해명을 들었다고 했다.
▲ 제주도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자 우근민 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또 다른 의혹은 바로 투표결과 비공개 논란이다. 지난 12일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최종 7곳이 선정됐다고 잠정 발표했지만 정작 득표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득표결과가 비공개로 되면 전화투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한 재단의 수익을 감추기 위한 꼼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양 사무총장은 “이는 28곳의 최종 후보지들과 재단이 협의한 내용으로, 득표 공개로 후보지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득표 결과를 공개할 계획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사무총장은 “각국 위원회에서 요구하면 언제든지 공개하기로 했다. 여론이 원한다면 추후 재단에 득표 결과 공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단의 실체 논란 못지않게 문제가 제기됐던 것은 재단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이다. 재단의 공신력은 이 이벤트의 ‘격’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공신력이 떨어지면 아무 의미 없는 이벤트에 전 세계가 호들갑을 떨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뉴세븐원더스 재단 공신력의 잣대는 이 재단이 정말 유네스코와 유엔의 파트너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추진한 이번 이벤트는 유네스코가 함께하는 공신력 있는 행사라는 소식이 퍼지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또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유엔의 공식 파트너라는 점도 공신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제주 도민이라는 아무개 블로거의 글에서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뉴세븐원더스의 공신력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사무총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와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유네스코와 상관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어디서 유네스코와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과의 파트너십은 사실이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유엔의 공식 사업 파트너로 협력사무국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유네스코 세계 유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매해 23만 달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비영리재단인 뉴세븐원더스가 이벤트를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데 제주도가 놀아난 꼴밖에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화투표에 사용된 국제전화요금이 1400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사무총장은 “위원회에서도 전화요금이 비싼 데 공감했다. 비싼 전화요금은 곧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원회 측에도 악재였다. 그래서 요금을 낮추려 작년 12월경에 국내 통신사 3곳에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두 곳에서는 반응이 없었고, KT에서만 응답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KT는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사업협약을 맺고 1400원이던 요금을 140원대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긴 국제전화번호 대신 011-1588-XXXX라는 단축번호를 만들어 전화투표를 손쉽게 만들었다. 양 사무총장은 “일각에서는 KT가 전화요금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수익금이 얼마나 분배가 됐는지 따지지만 양측의 수익분배구조를 따지는 것은 위원회 권한 밖의 일이다. 또 우리가 전화투표만을 강요하진 않았다. 인터넷 투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사무총장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제주도는 관광이 생명줄이다. 이번 행사에 제주도민들은 많은 기대를 갖고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의혹들로 이번 행사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회의원도 의혹을 제기했던데 차라리 국정감사를 받아서 떳떳하게 밝히고 싶은 심정이다”고 강조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이러다 ‘뉴세븐’ 아닌 나라 없겠네
뉴세븐원더스 재단에서 ‘신 세계 7대불가사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7대 도시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당초 ‘세계 7대 기념물’ 선정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도시선정 계획으로 바꿔 각 나라 도시들을 상대로 ‘공식후원위원회’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7대 도시선정 후에도 또 다른 ‘세계 7대 시리즈’ 선정 이벤트를 끊임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 재단의 잦은 7대 이벤트는 ‘7대 경관’ 선정 이벤트의 희소성을 잃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제주도의 관광객 유치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반감되거나 지극히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뉴세븐원더스재단이 했던 이벤트는 다른 이름으로 계속되는군요. Wonder→Nature→City→? 이러다 모든 나라가 ‘세계7대’ 타이틀 얻을지도…”라며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무분별한 이벤트를 비꼬았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