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신약 개발 능력 증명, 최 부회장 입지 강화…계열분리 장애물 없지만 아직은 SK 간판이 유리
#백신 공개 행보에 이사회에는 측근 배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SK바사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스카이코비원, 개발명 GBP510)’의 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6월 29일 밝혔다. 면역원성 비교 임상 결과,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이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보다 효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같은 달 26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위)가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한 결과, 품목허가가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식약처는 중앙약심위 의결을 토대로 최종점검위원회 자문을 거쳐 스카이코비원을 최종 허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허가로 SK바사는 다시 한 번 경쟁력을 확인하게 됐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중 유바이오로직스 외에 에스티팜,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등은 아직 임상 3상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제넥신과 HK이노엔은 백신 개발을 중도 포기했다. SK바사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하며 코로나19 백신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2020년 기준 2168억 원 규모로, SK바사는 638억 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SK바사가 신약 개발 능력과 생산 능력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사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해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내에 공급해왔다. 노바백스와는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맺었다. 올해 약 2331억 원 규모의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한다.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많고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인해 시장성이 대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자체 개발한 스카이코비원이 올해 38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올해 1조 원 매출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사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동시에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최창원 부회장은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경우가 다르다. 지난해 11월 SK바사 본사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을 직접 챙겼으며, 4월에는 인도 백신 기업을 찾은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6월 27일 SK바사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는 “백신, 바이오 분야의 혁신적인 파트너로 성장해 세계 보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창원 부회장은 SK바사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디스커버리의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34.83%), SK가스(72.20%), SK디앤디(34.09%), SK플라즈마(79.05%)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SK디스커버리 이사회에 속해있지만, SK바사 이사회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SK바사에도 최 부회장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SK바사는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새로 만들고 전광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SK바사 이사회에 참가시켰다. SK케미칼은 SK바사 주식 68.34%를 보유하고 있다. 전 대표는 최 부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준비는 됐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SK바사는 2020년 1분기 기준 자산 총합 3924억 원에서 지난 1분기 2조 14억 원으로 덩치가 커지며, SK디스커버리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바사를 필두로 독자 세력을 강화한 최창원 부회장이 언제 본격적으로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열분리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SK디스커버리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0.11%로, 28일 종가 기준 7억 8864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주)와의 연결고리를 꾸준히 지워왔다. 두 사람 간 마지막 연결 고리는 SK건설이었다. 2019년 당시 SK건설의 2대 주주였던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중이던 SK건설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또 지난해 4월과 9월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와 SK케미칼 주식 각각 46만 1512주, 16만 1544주를 장내 매수하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SK(주)가 64%의 지분을 보유한 SK바이오팜과 산업 분야가 겹쳐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중추신경계(CNS) 신약을 내놓는 것이 목표라 주 무대와 사업 분야가 아예 다르다. SK바이오팜과 SK바사가 협력 중인 사업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제약·바이오 사업은 브랜드보다도 후보 약물의 임상 진입 여부 등이 투자 유치 등에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중에는 SK케미칼(합성신약), SK바사(백신), SK플라즈마(혈액제제)가 제약·바이오산업 군으로 묶인다.
SK바사보다 자산 규모가 큰 LPG(액화석유가스) 전문 기업 SK가스(5조 7569억 원)의 경우 올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되고 SK디앤디(2조 3054억 원) 역시 풍력발전사업에서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며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은 계열분리를 할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 (계열분리 가능성을) 당장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SK가스와 SK플라즈마가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면서 최태원 회장과의 특수 관계 해소가 필요해졌기 때문에 계열분리 가능성이 지속해서 나온다”며 “다만 아직 최태원 회장과 별다른 분쟁도 없고 SK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계열 분리는 검토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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