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할 때 어떻게 해야 소통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해결은 ‘듣기’다. 단, hearing이 아닌 listening이다. 먼저 말하지 말고, 말하라고 강요하지도 말고 잠자코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공감의 첫 단추다. 그러나 쉽지 않다. 이론과 실제는 간극이 있다.
최근 미국의 골프 전문잡지 <골프다이제스트>가 해당 국가의 전문가들에게 골프 코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나라 선수들의 성장성, 골프 시장과 규모 등을 종합 판단한 결과로 집계했는데, 미국을 제외한 세계 50대 골프 코치 명단에 한국 지도자 5명이 선정됐다. 임진한, 고덕호, 김학서, 한연희, 김해천 프로가 꼽혔다. 영국이 6명으로 가장 많은 우수 코치를 배출했고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복이 많아서인지, 5인의 지도자 중 세 분과 인연을 맺고 있다. 김학서 프로와 3년째 매주 함께 골프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임진한 프로는 특집방송 때마다 자주 뵙고, 사적으로 멘토 역할을 해 주는 분이다. 고덕호 프로와는 골프 대회 중계방송을 함께하는 해설자와 캐스터 사이기 때문에 대회 현장에서 늘 행보를 맞춘다.
이 세 분의 공통점이 있다. 순수하다.
‘순수하다’는 대개 아이들과 조합되는 언어다. 삶에 지친 어른들의 지칭으로는 괴리감이 생긴다. 더구나 지도자들이다. 지도자가 순수하다. 좀 어색하다. 그런데 달리 쓸 말이 없다. 사석에서 더 그렇다. 사람의 내면은 일상에서 묻어난다. ‘이렇게 솔직하셔도 괜찮을까’ 염려될 정도로 본인들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준다. 방송도 다르지 않다. 진솔하다. 명쾌하다. 뭔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애를 쓴다. 가르치는 제자들에 대한 호칭도 같다. 세 분이 미리 통일한 것도 아닐 텐데, 언제나 ‘우리 애들’이라고 말한다. 그 우리 애들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지훈련 장소 섭외의 주요 조건이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세 분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애들하고 통할지 묻는다면, 답이 비슷할 것 같았다.
“아니, 왜 억지로 통하려고 해? 그냥 같이 놀면 돼!”
SBS 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