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기총 회장이 합심기도 중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를 무릎 기도하도록 유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칼빈대학교 총장이기도 한 길 회장은 지난 3월 말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 결과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칼빈대 교수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또한 총장 해임 문제로 칼빈대는 극심한 내분에 휩싸여 있다. 지난 3월 초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를 무릎 기도하도록 유도해 논란을 빚기도 했던 교계의 거물 길 회장을 둘러싼 각종 구설 및 극한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는 교계 지도층 인사들의 어두운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한기총의 최대 현안인 ‘정관 개혁안’ 문제와 신학대학인 칼빈대학교 내분 사태를 둘러싼 교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안의 정점에는 길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길 회장은 지난 3월 말 금권선거 시비에 휘말려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당한 뒤 5개월여 만인 지난 8월 말에 회장직에 복귀했다. 한기총은 지난 7월 특별총회를 열고 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대표회장 직무가 정지된 길 회장을 대표회장으로 다시 인준하면서 대표회장 1년 단임제, 대표회장 순번제, 불법선거운동 중징계 등이 포함된 정관·운영세칙·선거관리규정 개혁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8월 말에 회장직에 복귀한 길 회장 측은 10월 28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7월 특별총회에서 통과시킨 정관 개혁안을 폐기하고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표회장 임기를 현행 1년 단임에서 2년 단임으로 늘리고, 교단 규모별로 돌아가며 순번제로 대표회장을 맡기로 한 ‘대표회장 순번제’를 폐기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3개월여 만에 정관 개혁안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교계 계파 간 이해관계와 맞물려 극심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한기총은 당초 정관 개정안을 11월 24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에 상정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임시총회 자체를 취소했다. 한기총은 11월 22일 임원회를 열고 임시총회를 취소하는 동시에 오는 12월 15일 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화합 차원에서 열어 10월 28일 실행위에서 의결한 정관 개정안 내용을 재논의키로 결정했다.
▲ 한국기독교연합회관. 김미류 인턴기자 |
길 회장과 한기총 집행부는 12월 15일 임원회와 실행위를 열어 정관 개정안 및 교계 화합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현 집행부에 반기를 든 교단들이 늘고 있어 내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1월 14일 한기총 주최로 2014년 개최될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한국유치 기념예배가 열렸지만 주요 개신교단 관계자들이 대거 불참해 교계 갈등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6년마다 열리는 WEA 총회에는 전 세계 128개국 복음주의연맹과 7개 지역연맹, 104개 회원단체 등이 참가해 세계교회 현안 및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기독교계의 큰 행사다. 하지만 이날 예배에는 한기총 파행과 교계 갈등에 불만을 품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을 비롯한 주요 교단 관계자들이 대거 불참해 무성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칼빈대 내분 사태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칼빈대 사태는 지난 3월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칼빈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길 회장의 총장직 해임을 이사회에 건의하면서 그 서막이 올랐다. 당시 교과부는 칼빈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교원 채용과 승진 등에서 10여 건의 위법 사례가 드러난 만큼 길 회장을 총장직에서 해임하고 김진웅 이사장 등 전 임원에게 경고처분을 요청하는 감사 결과를 학교법인 칼빈대 신학원 측 이사회에 통보했다. 교과부의 중징계 사유는 △교원 재임용 심사 문제와 병합 처리 △교원신규 채용 공고 및 심사기준 문제 △교수자격 미달자 임용 문제 △교원신규 채용 심사 문제 △일반직원 신규 채용 및 승진심사 문제 △교원 재임용 심사 문제 등이었다.
특히 교수자격 미달자 임용 문제의 경우 길 회장이 자신의 딸과 교회소속 신자 등 5명을 교수직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칼빈대 교수협의회장인 윤익세 교수는 지난 6월 7일 길 회장 외 교원인사위원회 위원 2명을 고발했다. 윤 교수는 “교과부 감사 결과대로 길 회장이 해임돼야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고발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가 제출한 고발장에는 길 회장이 신임교수 임용 시 부적격자를 채용했다는 점, 교원 승진 시 심사점수를 조작했다는 점, 퇴직적립금을 유용했다는 점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윤 교수는 “길 회장과 인사위원 2인이 규정상 부적격자인 길 회장의 딸 길한나 씨를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칼빈대 교원인사 규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조교수에서 부교수로의 승진 소요연수는 4년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도 “길한나 씨는 서울기독대학교에서 2년간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길 씨가 부교수로 승진한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길 회장은 딸 특채 의혹에 대해 “적법한 과정을 거쳐 공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지난 3월 교과부는 칼빈대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길자연 회장의 총장직 해임을 건의했다. 유장훈 기자 |
문제는 칼빈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교 측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칼빈대는 얼마 전 신입생 정원 100명 감축 조치를 예고 받은 상태다. 감축 조치의 이유는 수익용 재산 확보율과 전임 교원 확보율이 기준치에 크게 미달했기 때문이다. 감축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칼빈대는 당장 약 7억 원에 가까운 연 예산이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총 예산이 50억여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칼빈대로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존폐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임 직후부터 금권선거 논란에 회장 직무정지, 대통령 부부 무릎 기도 유도 논란, 한기총 정관 개정안 파행, 칼빈대 사태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길 회장이 교계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화합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지 1000만 교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