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매각이 대한해운 실적에 악재로…영업 전문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SM그룹은 2016년 대한상선과 SM상선(옛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추가 인수해 해운 전문 그룹으로 거듭났다. 해운 계열사들 덕분에 SM그룹은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겨 재계 순위 38위까지 올라섰다. 해운업계 안팎에서 대한해운과 SM그룹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한해운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 오너 일가의 일방통행식 경영 등으로 다른 해운사들에 비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해운은 SM그룹 편입 이후 3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대한해운은 SM그룹 피인수 직후인 2013년 마지막 거래일 주가가 2399원(감자, 유상증자 등을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이었다. 이는 현 주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9년 동안 장기투자한 주주들은 이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도 대한해운의 주가는 지난 몇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컨테이너선 왜 팔았을까”
대한해운의 발틱운임(BDI)지수는 지난 5월 한때 3300포인트까지 올랐다. 현재는 2000포인트 선까지 내려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발틱운임지수란 석탄, 철광석, 시멘트, 곡물 등 원자재를 싣고 26개 주요 해상운송경로를 지나는 선적량 1만 5000톤(t) 이상 선박의 화물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지수다.
대한해운의 BDI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금융정보 포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추정한 대한해운의 2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648억 원이었지만 최근 642억 원까지 떨어졌다. KB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616억 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HMM 등 경쟁사는 전년 대비 60~70%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한해운은 전년 대비 30% 남짓 증가한 영업이익을 내는 데에 그칠 전망이다.
대한해운이 호황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못 받고 있는 이유는 우선 계약 기간이 5~10년인 장기계약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운임이 치솟으면 올려 받을 수 있는 스폿 비중은 7%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한해운이 과거 대규모 용선계약 때문에 무너졌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일부 전문가는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대한해운의 종속회사 대한상선은 2020년 12월 컨테이너선 6척을, 지난해 6월에는 컨테이너선 3선을 SM상선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각각 1360억 원, 1127억 원이었다. SM상선이 컨테이너선 사업을 전담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SM그룹의 방침 때문이었다. 대한해운도 당시 컨테이너선 매각 이유에 대해 “선박운용 체제 개편”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상장을 앞두고 있던 SM상선의 몸값을 띄워주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한해운 및 대한상선과 SM상선은 지분 관계도 없다. 대한해운의 최대주주는 티케이케미칼이고, SM상선의 최대주주는 삼라마이더스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는 컨테이너 업황이 너무 좋아 HMM이 흠슬라(HMM+테슬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가가 치솟던 시기”라며 “100% 자회사에 컨테이너 사업을 양도하는 구조라면 이해하지만 지분 관계가 없는데도 알짜 사업이 너무 덜컥 넘어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많이 돌았다”고 설명했다.
이 결정이 오판이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보고서도 나왔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말 보고서를 통해 “아쉬운 것은 대한해운이 지난해 4분기 컨테이너선을 매각해 컨테이너선 매출이 사라졌다는 부분”이라며 “물론 컨테이너선 운임도 조정 중에 있지만 그래도 코로나19 전에 비하면 높은 운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매출이 모두 사라진 것이 다소 아쉽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수주 대박 안 터지네…HMM 주식은 왜?
사내에 영업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만태 대한해운 사장은 HMM에서 30년간 전략과 재무회계를 맡은 재무 전문가다. 대한해운의 부채비율 낮추기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영업 부문이 힘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해운은 2019~2020년 셸과 장기 대선 계약 체결을 발표한 이후 아직 대형 계약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해운부문을 이끌던 김칠봉 전 SM그룹 부회장은 “대한해운이 세계 LNG선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계속 추가 수주에 나서 대한해운 LNG를 세계 최고의 LNG 전문 수송선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이후는 감감무소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통상 전용선 계약과 실제 계약 이행에는 2년가량이 소요된다”며 “올해 하반기 안으로 장기계약이 추가되지 않으면 GS칼텍스, 에쓰오일과의 장기 대선 계약이 종료되는 2024년 말에는 전용선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내년 대한해운의 영업이익 예상치가 2070억 원으로 올해 예상치(2524억 원)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SM그룹이 HMM 주식 장내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SM상선은 지난 6월 20일 대한해운, 대한상선, 에스엠하이플러스, 우방, STX건설, 티케이케미칼 등 계열사는 물론 우오현 SM그룹 회장, 김만태 사장 등 특수관계인 19인과 함께 HMM 주식 2699만 7916주(5.52%)를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일각에서는 장내 매수로 HMM을 인수한다는 농담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해운 한 직원은 “HMM 주가가 많이 하락해 손실을 보는 것도 문제지만 한창 해운업 경쟁력을 길러야 할 때 계속 주식을 사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난감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대한해운 관계자는 “현재 결정된 대형 계약은 없지만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우선은 선박 확보 등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HMM 주식 매입 이유는) 단순 투자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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