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이 있다. 남, 여 골프 협회가 동반 표류 중이다. 내분으로 갈등이 점철되면서 올 시즌을 힘겹게 보냈다. 수장선출 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양쪽 모두 임시방편으로 회장을 선출했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겪었던 내홍을 외부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안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동안 협회사람들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아시아 최초로 프레지던츠컵 선정국이 된 KPGA와 KLPGA 의 실상이다.
분쟁의 근간은 ‘사심’ 때문이다. 회장이 되고 싶은 선수 출신 후보가 있다. 곧 반대세력과 부딪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마음속에 특정 협회장을 추대하고 있다. 남, 여 협회 모두 암묵적으로 기업인 출신 회장후보들이 존재한다. 오너들이 대부분인데, 내 외적으로 한국 골프계 발전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명예직인 협회장을 굳이 투표를 통한 경선을 통하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다. 봉사직에 추대가 아닌 경쟁 방식을 통하면서까지 굳이 나설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출신이 협회 회장이 되면 안 된다는 이유는 없다. 기업가가 선수 출신보다 무조건 우월하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윤이 창출되는 일도 아닌데, 산적한 과제를 떠맡아야 하는 기업인 후보와 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수장을 잘해낼 수 있다고 갑자기 손 번쩍 든 경우, 어느 쪽이 덜 사심 있어 보이는가. 게다가 선수 후보가 동료들로부터 신망과 지지를 얻지 못하고 나선 경우, 결국 화살은 전체 골프선수들에게 돌아간다.
존경받는 삶을 사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운동선수는 더 힘들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무대 뒤의 삶을 평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수양과 절제가 담보되어야 한다. 과거의 영예를 현재로 연계시키려 무리한 일을 벌이는 순간,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장년이 돼서도 타인이 인정하는 공인들은 대부분 사심을 버린 사람들이다.
2011년 프레지던츠 컵이 끝났다. 어느 때보다 유심히 봤다. 두 남자 때문이다. 경기가 안 풀려 흥분해 있는 제이슨 데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어깨를 두드려주던 인터내셔널 팀 주장, 그렉 노먼의 아빠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우즈를 믿고 기용해서 마지막 날 확실한 승리를 거뒀던 미국의 주장, 프레드 커플스도 정말 쿨했다.
그들은 더 이상 PGA 선수가 아니다. 협회에서 일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충분히 멋졌다!
SBS 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