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안철수연구소 사회 공헌 활동 발표 자리에 참석한 안철수 원장이 “신당 창당이나 강남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현재 정치권에선 안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소문들이 떠다니고 있다. 그가 정계에 뛰어드는 순간 그 ‘흙탕물’들이 곳곳에서 그에게로 튈 기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미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서 있는 안철수 원장의 X파일을 둘러싼 정치권의 치열한 정보전을 따라가 봤다.
안철수 원장이 지난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뉴스로 뜰 때부터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X파일’에 대한 얘기가 제법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었다. 안 원장의 주변에서부터 새어나온 얘기들은 기업경영 및 업무성과, 재산형성과정과 교수임용, 전·현 정권에서의 특혜 의혹은 물론이고 사생활과 가치관, 활동반경, 인간관계, 성격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인간 안철수’에 대한 총체적인 보고서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회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몇몇 의원실에서 이미 안 원장과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군의관 시절 관례화되어 있던 소소한 의혹들에서부터 논란이 될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워낙 알려진 게 없는 사람이라 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소소한 얘기들도 보고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안 원장이 나서지 않은 상황인지라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라며 X파일의 존재를 인정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안 원장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원실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이거나 활동하지는 못하지만 수사기관 정보원들과의 접촉이 부쩍 잦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들이 정보취합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사람들은 안 원장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주변인이나 지인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이는 안 원장 개인뿐 아니라 가족·친지를 포함한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심도 깊은 정보취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국회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안철수 X파일에 대한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자가 현재 여의도에서 수집되고 있는 정보들을 입수해 분석해본 결과 상당수는 그 객관성을 입증할 수 없는 ‘주관적 정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 원장의 부정이나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나 자료보다는 의혹 제기에 머물러 있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안 원장의 개인사가 대부분이었다.
또 ‘내부 고발자’로 명명되는 이들을 통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얘기들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인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거나 애매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윤리 및 특혜 부분을 지적하려면 그 당시 배경 및 업계 분위기·관행 등까지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 어디 있겠나. 오죽하면 우리끼리도 ‘이런 부분까지 문제 삼을 수 있겠나.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한 한 정치 컨설턴트도 이에 대해 “현재 안철수 관련 의혹이나 X파일은 대부분 그의 주변인들 ‘증언’을 통해 제기되거나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안 원장 X파일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일정한 팩트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호·불호에 의한 주관적인 감상이나 잣대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신공격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국민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면 안 원장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회창 전 총재도 아들의 병역비리라는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린 요소 때문에 낙마한 경우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사실 안철수 원장은 그동안 재산환원 등으로 깨끗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안 원장의 그런 ‘무균질’ 이미지가 그에게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인들이 ‘으레 비리 한두 가지씩은 나오겠지’ 하며 국민들이 용인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 원장에게는 더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의 정치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미국의 경우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한 검증과정을 거친다. 학창시절 및 사회생활에 대한 친구나 동료들의 증언은 물론이고 그가 가입하거나 활동한 모임과 서클,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글에 대한 조사도 필수적이다. 현재 여의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철수 검증 강도도 이런 수준에서 보면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여권에서는 안 원장 검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안 원장이 ‘입성’하지 않은 탓도 있고 섣불리 건드렸다가 국민들의 반감만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X파일이 여의도 주변을 유령처럼 떠도는 이유는 뭘까.
먼저 정치 참여를 계속 재고 있는 안 원장의 예측 불가능한 정치행보가 X파일 양산을 자초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대선 막판에 ‘무임승차’할 경우를 대비하는 거다. 대선 얼마 안 남기고 판에 뛰어들면 시간이 없다. 언제 자료 모으고 의혹 제기하고 검증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신비주의’가 별 것도 아닌 X파일을 증폭시키고 있고, 한나라당이 더 강하게 ‘한방’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히든카드’를 찾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워낙 가려진 인물이라 시간과 노력이 꽤 들 것이다. 어쨌든 ‘기막힌 것’을 찾아 꽁꽁 숨겨둬야 결정적인 순간에 (여권이) ‘한방’을 날릴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에 대한 물밑 검증은 이미 대선의 한복판에 와 있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계속되는 게 2011년 한국정치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