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류 인턴기자 kingmeel@ilyo.co.kr |
위장에 탈이 났을 때 찾아오는 속 쓰림은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위장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기호식품, 약물 등에 노출되어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장기다. 위장에 자극을 주는 물질로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음식물은 물론 위장 안의 위산, 흡연,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속 쓰림 증상이 계속되면 위염이나 위궤양, 심지어 위암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무 이유 없이 속 쓰림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 속 쓰림의 대부분은 위에 특별한 손상은 없지만 위의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스트레스, 자극적인 음식, 술·담배, 약물 등이 원인이다. 때문에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한 종합병원에서 속 쓰림을 호소하는 환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 특별한 원인질환이 없는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가 63.4%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 밖에 역류성 식도질환 27%, 소화성 궤양 8.1%, 위암 1.5%였다.
#스트레스 많을수록 늘어
속 쓰림은 위산이 위 점막에 닿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정상 상태라면 위 점액이 점막을 감싸고 있어 위산이 점막에 닿지 않는데, 점액이 감소하거나 위산 분비가 증가하면 위산이 점막에 닿아 속 쓰림을 느끼게 된다.
주로 상복부 오목가슴이나 명치 부분에 가볍게 또는 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보통 ‘속이 쓰리다, 아리다, 쑤신다, 따끔따끔하다, 타는 느낌이다, 칼로 도려낸 것 같다’고 표현한다. 이런 증상이 공복 시에 나타나거나 또는 식후에 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거나 또는 오랫동안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속 쓰림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위산 분비가 촉진된다. 또 갑자기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심장과 근육의 운동은 증가하지만, 당장 생명과 관계가 적은 위장관 운동은 저하돼 속 쓰림, 소화불량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위 점막이 손상을 입어 속 쓰림을 느끼더라도 48시간 이내에 점막이 재생되면서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의해 위 점막 재생능력이 저하되면 속 쓰림 증상이 완화되지 않고 계속될 수 있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위출혈 상태가 되기도 된다. 만약 위출혈이 있는데도 방치하다가는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 실험용 쥐에게 잠을 안 재우는 방법을 통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결과, 위궤양은 물론 종양을 일으키는 세포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쓰린 음식은 삼가야
자극적인 음식도 속 쓰림을 일으키는 중대한 원인 중 하나다. 위산 분비를 늘리는 것으로는 커피, 청량음료, 고춧가루·마늘·겨자 등 양념류가 있다.
그러나 똑같이 매운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반면 어떤 사람은 속 쓰림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즉 자극적인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속 쓰림을 유발하는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위를 자극해 신물이 올라오거나 속이 쓰리면 피하는 것이 좋다.
송년모임이 많은 요즘은 술이나 담배 때문에 속이 쓰린 경우도 많다. 알코올은 위 점액층을 손상시키고, 흡연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췌장의 중탄산염 분비를 억제해 위산의 중화를 방해함으로써 속 쓰림을 유발한다.
그런가 하면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위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속 쓰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아침식사 직전에 속 쓰림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아침은 저녁을 먹고 평균적으로 12시간이 지난 시점에 먹기 때문이다.
약 중에서는 아스피린, 진통소염제, 항생제 등이 위 점액층을 손상시켜 속 쓰림을 일으킬 수 있다. 약물로 인한 속 쓰림 증상이 계속되면 위 점막 출혈,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구토·출혈 때는 병원으로
평소 속 쓰림이 자주 나타날 때는 증상을 세심하게 관찰해 보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난 후, 어떤 음식을 섭취한 후, 어떤 약물을 복용한 후, 혹은 너무 구부린 자세나 누워있는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이 오는지 잘 살펴본다.
속 쓰림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았다면 이것을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습관을 고치고,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데도 속 쓰림 증상이 계속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속 쓰림과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 심각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고,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위장장애가 아니라 위궤양이나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일 수 있다. 또 변이 흑색이고, 구토를 했는데 피가 나오는 것은 위 점막이 얇아져서 출혈이 생겼기 때문이다. 쥐어짜듯이 아프거나 칼로 찌르는 듯 아릴 때는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받아 생긴 급성위염이거나 심한 역류성 식도염일 수 있다.
따라서 속 쓰림과 함께 이런 증상이 같이 나타날 때는 병원을 찾아 필요한 검사를 받고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심한 복통과 가슴통증이 있을 경우, 등으로 통증이 퍼지는 경우, 제산제로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3일 이상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검사를 받는다.
#스트레스 줄이고 움직여라
▲ 알로에 |
마음이 편안해지면 위도 당연히 편안해진다. 아무런 문제없는 위에 계속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속 쓰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속이 쓰리다고 위에만 신경 쓰지 말고 신경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도 도움이 된다. 몸이 움직이면 위도 움직이기 때문에 가벼운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등으로 위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마음도 가볍게 해준다.
속 쓰림 증상은 식사 습관과도 관련이 있다. 평소에 제대로 씹어 천천히 먹고, 자기 전에 먹지 말고, 식사 후 물을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속이 쓰릴 때마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에 있는 산을 희석 또는 중화시켜 쓰린 속을 달래주긴 하지만 이런 효과는 잠시뿐이다. 얼마 후 다시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켜 오히려 속을 더 쓰리게 할 수 있다.
#연근·알로에가 속 달래줘
우선 연근에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어 소염과 수렴 효과가 뛰어나고, 궤양을 가라앉히며, 위 통증도 없애준다. 또 연근을 자를 때 나오는 무틴 성분이 위 점막을 보호해 준다.
정주화 한의사(화생당한의원 원장)는 “연근 분말을 하루에 2작은술 정도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시면 좋다. 또는 생 연근을 갈아 즙을 내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알로에도 속 쓰림이 있을 때 좋은 식품이다. 알로에에 들어 있는 항궤양 성분이 위궤양, 더부룩함, 구토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증상의 정도와 개인차에 따라 알맞은 양을 섭취한다. 꿀 500g에 알로에 잎 4~5줄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고 하루 정도 두었다가 잎을 꺼내 하루 1~2조각씩 먹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주화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