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법원이 (주)다스가 요청한 ‘BBK 소송 취하’를 돌연 승인한 배경을 두고 세간에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사진은 1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FTA 이행을 위한 14개 부수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작은 사진은 김경준(왼쪽)과 에리카 김. 청와대사진기자단 |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재 한인 신문인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11월 17일 미국 연방법원은 “다스의 재산 몰수 소송 취하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감옥에 있는 김 씨가 지난 2월 다스에게 140억 원을 송금한 뒤 다스가 소송을 취하했고, 그동안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승인을 하지 않던 미국 법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를 위해 미국에 다녀온 이후에 전격적으로 다스의 취하 요청을 승인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BBK 사건과 한미FTA 간의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미국 연방법원의 BBK 소송 취하 승인과 맞물려 나돌고 있는 BBK 사건과 한미FTA의 빅딜설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미국 연방법원은 왜 갑자기 BBK 소송 취하를 승인했을까. 그 내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스와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그리고 옵셔널캐피탈 간의 소송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은 지난 2001년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한 다스가 ‘김 씨 등이 140억 원을 횡령했다’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지난 2004년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다스는 2007년 1심 판결에서 패소했지만 계속 항소하며 최근까지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2011년 4월 11일 다스는 돌연 항소를 포기하겠다며 소송 취하를 요청했다. 4월 11일은 다스의 투자금반환소송과 관련해 미국에서 재판이 예정된 날이었다. 김 씨는 이 재판을 앞두고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출석청원을 제출했다.
이와는 별개로 BBK 주가조작 사건의 희생양이 된 옵셔널캐피탈은 지난 2004년 6월 김 씨 가족을 상대로 주가조작, 횡령 및 사기로 회사가 손해를 봤다며 LA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지난 2011년 2월 미국 9연방 항소법원에서 옵셔널캐피탈 측의 최종 승소로 결론났다.
재판을 맡은 오드리 콜린스 연방판사는 “김 씨, 이보라, 에리카 김,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LLC 등은 옵셔널캐피탈에 37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더불어 옵셔널캐피탈은 이 소송에서 승소해 김 씨의 스위스 계좌에 있는 돈에 대한 우선권을 확인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김 씨 측으로부터 다스에 140억 원이 송금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배상책임이 있는 옵셔널캐피탈에 돈을 송금한 것이 아니라 김 씨 측 입장에서는 이미 1심 승소로 법적으로 돈을 줄 필요가 없는 다스에 돈을 송금한 것이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 지난 2월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갑자기 귀국해서 “BBK는 이명박 대통령과 상관없다. 모두 동생인 김경준 씨가 주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은 한국에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을 회복하기 위해 귀국했다고 전했다. 이후 (주)다스는 지난 4월 김 씨에 대한 BBK투자금 반환소송 취하를 요청했다.
이런 일련의 정황들 때문에 야권에서는 당시 이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다스 측과 김 씨사이에 정치적 거래가 오고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이런 와중에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재 한인 신문인 <선데이저널>에 의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처리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연방법원의 다스의 소송 취하 승인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BBK-한미FTA 빅딜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그동안 다스의 소송 취하 요청에 거부의사를 밝혔던 미 법원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옵셔널캐피탈이 김 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2008년 12월 미 연방법원은 “별도의 법원 명령 없이는 김 씨의 스위스 계좌에 있는 돈을 김 씨를 포함한 누구도 인출해서는 안 된다”는 동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이 옵셔널캐피탈 승소 판결을 단독으로 뒤집었지만 추후에 옵셔널캐피탈이 승소할 경우 보상금액이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김 씨 측으로부터 다스에 140억 원이 송금된 사건이 발생하자 이 사건을 담당했던 오드리 콜린스 판사는 김 씨와 다스 간의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콜린스 판사는 “법정 모독”이라며 “다스에 흘러들어간 돈 140억 원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 놓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조치로 지난 5월 미국 연방 검찰은 계좌의 동결이 풀린 이유를 찾기 위해 다스와 김 씨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올해 7월 미 연방검찰은 수사결과를 보고하기로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1월 17일 그동안 송금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소송 취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미국 연방법원 캘리포니아주 중앙지원은 다스가 김 씨를 상대로 진행하던 민사소송 취하를 갑자기 승인했다. 이는 지난 5월 동결상태인 돈을 법원의 승인 없이 송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연방검찰에 수사를 명령했던 재판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인 셈이다.
상황이 갑자기 돌변하자 야권 등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법원의 민사소송 돌연 취소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를 통과시켜 주고, 대신 미국 정부 쪽에서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BBK를 무마하는 식의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지난 두 달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11일 미국을 방문해 13일 의회연설을 하고 14일 오바마 대통령과 미 디트로이트 GM공장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일정이 바쁘게 돌아간 만큼 한미 FTA 비준안도 급진전됐다. 10월 21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안에 서명을 했고, 11월 11일~14일 이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APEC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이 대통령은 11월 15일 국회를 방문해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1월 17일 미 연방법원은 다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11월 22일 국회에서는 한미FTA 비준안이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됐다. 이후 이 대통령은 11월 29일 날치기 처리된 한미 FTA 부수법안에 서명했다.
미 연방법원이 다스 관련 소송을 11월 17일 취하했었다는 사실은 미국 한인신문 <선데이저널>에 의해 12월 1일(현지시각) 뒤늦게 알려졌다. <선데이저널>은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항간에 떠돌았던 ‘BBK-한미FTA 빅딜설’이 사실로 드러난 결과물이 아니냐”며 “특히 이번 판결은 한미FTA 비준안 처리강행과 맞물린 묘한 시점에서 다스 측이 선물을 받아든 셈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미 법원이 다스 측이 요구한 소송 취하를 승인하긴 했지만 이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21일 BBK 주가조작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이 1심 재판부인 연방법원의 소 취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방법원이 이 항소를 받아들일 경우 BBK와 다스, 김 씨와 에리카 김 등을 둘러싼 미스터리 사건을 미국 법정에서 가릴 수 있는 여지는 남게 된다.
다만 그동안 다스와 김 씨 가족의 이면합의 과정을 두고 강한 어필을 했던 옵셔널캐피탈의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연방법원이 항소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특명! 김경준 미국 이송’
에리카 김이 올 2월 초 돌연 귀국해 “BBK는 이명박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밝혔을 때부터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에리카 김 남매 사이의 ‘빅딜설’이 흘러나온 바 있다.
다스가 김 씨로부터 투자금 190억 원을 모두 반환 받았고, 김 씨가 미국 재판에서 이 대통령의 출석청원을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빅딜설을 부추겼다. 미국 법정에서 더 이상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이러한 빅딜설과 맞물려 야권 일각에서는 마지막으로 김 씨와 에리카 김 남매의 요청으로 이 대통령이 임기 내에 김 씨를 미국으로 이송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실제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에리카 김과 검찰 권력이 이미 거래를 해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김 씨가 꼭 미국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7월 14일 법무부는 서울 남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 씨를 외국인 수형자 전용 교정시설인 천안외국인교도소로 이감시킨 바 있다. 김 씨를 미국 교도소로 이송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