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원론적인 고민에 빠져있다. 안정환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땀에 젖은 유니폼을 벗느냐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 중국 슈퍼리그 다롄스더에서 3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안정환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역을 계속 이어갈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 가능성은 딱 반반”이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소 복귀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듯하다. 안정환의 에이전트인 모로스포츠의 정재훈 대표는 “몸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역 생활에) 다소 미련이 있다”고 밝혔다.
일단 안정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K리그의 몇몇 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안정환과 나이차가 많지 않은 비교적 젊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방의 한 구단과 안정환을 항상 아껴줬던 감독이 이끄는, 역시 지방의 한 구단이 거론된다.
실제로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안정환 정도면 아주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 실력이 아닌 건 분명하기에 얼마간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또 다른 구단의 고위 직원은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안정환을 2002년의 안정환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마케팅 차원에서 도움을 얻기 위한 측면일 수도 있으나 안정환은 여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축구인은 “1~2년 더 현역을 이어간다는 가정 하에 안정환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영입 제의라면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걸 느끼고 손짓을 보낸다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전해 단 몇 분을 뛰더라도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연봉도 아주 높은 수준을 희망하는 것도 아니다. 안정환은 이미 어느 정도의 부와 명예를 쌓은 만큼, 실제로 중국에서 대단한 몸값을 받은 건 아니었다. 2009년 3월 다롄에 입단하며 약 30만 달러(3억 7000만 원)를 받았던 그는 1년씩 계약 연장을 하면서 차츰 연봉과 수당 등 처우가 좋아졌으나 큰 폭의 인상은 없었다. 오히려 이는 국내에서 뛰었을 때보다 좋지 못한 조건이었다.
‘진공청소기’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남일도 러시아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 2009년 말 안착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톰 톰스크에서 두 시즌을 보낸 김남일은 11월 중순부터 조금은 이른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진로를 모색 중이다.
역시 여러 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천 유나이티드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다. 축구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김남일이 자신의 고향인 인천에 안착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작년 남아공월드컵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과의 돈독한 인연도 이러한 소문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또한 허 감독은 고참을 중용하는 타입이다.
일단 외부적인 걸림돌은 없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서 국내 이적시 나이에 따른 이적료 계수 산정을 적용받았던 김남일은 한국 나이로 만 34세가 되면서 K리그 전 소속 팀 수원 삼성에 이적료 없이 새로운 팀을 찾는 것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이적료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 김남일은 2007년 12월 수원을 떠나며 일본 J리그 빗셀 고베에 입단했고, 이후 2009년 12월부터 톰 톰스크에서 활약했다. 만약 K리그에 입단하게 되면 4년 만의 복귀가 된다.
다만 연봉과 처우 등의 몇 가지 조건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김남일은 약 5억 원가량의 연봉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은 이 정도 금액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인천의 기준으로 보면 5억 원이면 A급 선수들을 4~5명을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인천이 아니더라도 연봉 부분은 양자간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남일의 에이전트인 C2 글로벌의 전용준 이사는 “인천행 루머가 많다고 해도 김남일 본인이 직접 입을 열거나 인천 관련 언급을 한 적은 없다.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K리그 복귀를 결심했으니 12월 말까지는 팀을 찾아 새로운 시즌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남일은 작년 여름, 중동행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클럽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결렬됐다. 성사 여부를 떠나 현역을 좀 더 이어가겠다는 김남일의 의지는 분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한 잣대도 필요하다. 김남일의 풀타임, 풀 시즌 출격은 쉽지 않다. 구단 입장에서도 연봉 대비 효과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덜 뛰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많은 돈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김남일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했던 비중과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남일의 K리그 복귀는 절충안 마련이 관건이다. 물론 은퇴 이후 진로 문제까지도 고려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J리그 오미야에서 뛰었던 이천수는 어떨까. 이천수 또한 현재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미야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터라 재계약을 하거나 새로운 행선지를 결정해야 하지만 역시 결정된 것이 없다. 몸 상태도 좋지 않다. 허벅지 근육과 무릎을 다쳤다.
일각에서는 이천수의 국내 유턴 설을 꾸준히 제기한다. 본인도 이런저런 루트를 활용해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전하곤 하지만 그리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불성실한 자세로 전남에서 임의탈퇴 공시된 이천수는 무엇보다 잔뜩 얽힌 전 소속 팀과의 매듭부터 풀어야 한다. 전남은 여전히 이천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이천수 사태를 직접 겪었던 박항서 전 감독에 이어 전남을 이끌게 된 정해성 감독도 “실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인성”이라고 밝혀왔다. 현 시점에서 여론은 별개의 문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