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드리'는 산골짜기의 높은 땅을 일컫는 말로 하늘과 맞닿은 그 높은 곳에도 사람이 일궈낸 터전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아 청량한 자연에 사람 사는 맛까지 간직하고 있는 곳. 푸르름 가득한 여름 밥상을 찾아 높드리에 오른다.
한여름에도 초록빛 물결 넘실대는 높드리 평창으로 가본다. 해발고도 700미터의 산비탈에서 고랭지 대표 작물 수확이 한창이다. 높은 일교차에 당분을 비축해 더 아삭하고 달큰해진 고랭지 배추다.
기후변화와 병해충으로 한숨 짓는 여름 배추 농가들이 많은 요즘 다행히 이곳 배추가 푸릇푸릇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땅의 회복력을 살려내기 위해 애써온 마을 사람들의 지혜와 깊은 배려 덕분이다..
자식처럼 공들인 배추를 잘 키워 시집장가 보내는 날 평생 맨손으로 자갈을 골라내며 고랭지에서 배추를 키워왔다는 농부 홍성자 씨가 그 기쁜 마음을 이웃들과 풍성한 밥상으로 나눈다.
김장배추 못지않게 아삭한 여름배추로 겉절이를 만들 때에는 얼었다 녹았다 하며 부들부들해진 황태포를 더하는 게 비법이다. 1년 내내 선선한 평창이라 가능한 고랭지의 맛이다.
여기에 배추 농부들의 기력 보충을 위해 당귀와 배추로 느끼함을 잡아낸 수육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한여름 높드리 마을에서 즐겨온 푸릇한 배추의 맛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도 산간의 끈질긴 생명력이 담긴 메밀 반죽으로 부쳐낸 배추전을, 그리고 배춧잎을 만두피로 쓰고 절인 배추를 다져 삼삼하게 만든 숭채만두까지 알차게 빚어 먹는다.
고랭지 덕분에 푸른 배추를 사시사철 즐길 수 있으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는 사람들. 옥수수 수제비를 더한 얼큰한 어탕으로 고랭지 농사의 고단함까지 말끔히 씻어내는 농부들의 높드리 밥상을 만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경북 봉화, 강원도 삼척, 강원도 영월을 찾는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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