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비의 계절로 예고없이 찾아왔다 느닷없이 가버리고 속절없이 부슬거리다, 장대처럼 한꺼번에 쏟아내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간절한 기다림의 생명수이자 또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그리움이기도 하다.
빗소리가 마음을 두드리면, 오래된 기억들이 깨어나고 귓가를 맴도는 익숙한 노래처럼 문득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메마른 인생을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 같은 맛, 긴 장마 끝자락에 만나는 비와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비가 오면 유독 먹고 싶어지는게 전이고 전 하면 한창 제철인 애호박이 떠오른다. 강원도 화천군은 전국 노지 애호박 생산량의 2-30% 가량을 차지하는 애호박 주산지다. 일교차가 큰 날씨 덕분에 육질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인기가 많다.
7월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노지 애호박은 하루만 지나도 금방 쑥쑥 크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와 모양이 애호박을 수확하려면 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일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다. 장마도 폭염도 피할길 없는 고된 여름농사지만 비가 오는 날은 애호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땀이 빗물처럼 흘러도 힘든 줄 모른다.
종일 비가 내리면 안주인들은 달큰하게 맛이 든 애호박으로 전을 부치고 감자를 갈아 애호박을 썰어넣은 넣어 고소하게 감자전을 부쳐낸다. 지글지글 빗소리를 닮은 전 굽는 소리에 입맛이 당기고 호박잎 우산을 쓰고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달달 볶은 애호박과 매콤한 양념장을 얹은 애호박국수에 호박꽃만두까지 더위에 지친 애호박 농부들의 마음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같은 우중별미를 만난다.
한편 이날 방소에는 경주 양동마을, 경남 고성 평부마을, 정선 덕산기 마을 사람들의 호우시절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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