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득 의원 |
검찰 안팎에선 “소환이든 서면이든 이 의원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검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사이에 ‘미묘한’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영일대군’ 이 의원을 옥죄고 있는 검찰 수사의 또 다른 속살을 들춰봤다.
최근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SK그룹 총수일가 횡령,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상득 의원 주변에 대한 수사는 가장 민감한 ‘건’으로 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 검찰 수사가 이 의원의 비자금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개입했다는) 아직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강한 의욕을 갖고 이 부분을 확인 중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검찰이 정권 말 정치적인 이유로 이 의원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쩔 수 없는 검찰의 생리”라면서도 “(이 의원이) 수사선상에 오른 이상 성역 없이 진행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답했다.
일단 검찰은 이국철 SLS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7억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배수 보좌관에 대한 보강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박 보좌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6개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이 중 네 개는 박 보좌관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일부는 코오롱 그룹 계열사 현직 임원 명의로 개설됐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 의원은 1961년 코오롱에 입사해 사장까지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박 보좌관 역시 코오롱 출신으로, 이 의원을 사장 시절부터 줄곧 수행해 왔다.
검찰은 지난 12월 21일 계좌 명의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박 보좌관과의 관계 등을 살펴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박 보좌관과 코오롱 임원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면서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 이 의원실과 코오롱 그룹 간에 어떤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수사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히고 있다”고 털어났다.
나머지 두 개 계좌는 박 보좌관이 의원실 여비서 두 명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비서 중 한 명인 임 아무개 씨 역시 코오롱을 다니다 이 의원을 따라 국회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 2년간 이 계좌로 10억 원가량의 거액이 입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10억 원 중 2억은 박 보좌관이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돈인 것으로 확인이 됐다. 그러나 8억 원은 그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계좌에서 빠져나온 돈의 상당액이 이 의원 참모진과 운전기사 등에게 정기적으로 지출됐고, 사무실 물품 잡비 등 의원실 운영비 명목으로 쓰였다고 한다. 박 보좌관 역시 검찰 조사에서 “(그 계좌는) 의원실 운영비 계좌가 맞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통상 국회의원의 사무실 연간 운영비가 1억 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난 돈이 ‘불법적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받은 운영비와 박 보좌관이 제3자로부터 받은 ‘검은 돈’이 문제의 계좌에 섞여있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과의 관련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적으로 운영되는 운영비 계좌에 이처럼 거액의 돈이 입·출금됐다는 사실을 이 의원이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이 사무실 살림살이에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체크는 한다. 언제든 사고가 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이 의원이 여비서들 명의로 된 계좌에서 돈이 오간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박 보좌관과 임 비서 등은 검찰에 나와 “이 의원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부 인사들은 검찰 수사가 이 의원의 후원금으로까지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보좌관이 차명 등으로 갖고 있던 계좌에 후원금 명목으로 들어온 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포착된다면 2010년 정치권을 급랭시켰던 청목회의 불법 후원금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아직 후원금 성격으로 들어온 돈은 없다”면서도 “다만 계좌 추적을 하다가 그런 것이 나타나면 확인은 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겠느냐”며 여지를 남겼다. 현 정부 최고 실세였던 이 의원의 후원금 내역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후원금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 의원의 정치자금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과 같다. 검찰이 그 정도까지 강수를 두지는 않겠지만 어찌됐건 이 의원으로선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의원 수사에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현직 대통령의 형이자 6선 의원인 이 의원을 단지 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수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권 핵심부가 이 의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방어막’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검찰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뇌부 역시 이 점에 부담을 느끼고 이번 수사에 일정 선을 그으려 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반면, 수사팀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의원실 직원 절반 이상이 돈세탁에 개입한 흔적을 발견한 이상, 이 의원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고위층과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이 의원 처리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맞다. 계좌추적을 하고 있으니 확실한 ‘팩트’가 증거로 나오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를 이끌고 있는 심재돈 부장검사 역시 이 의원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반응 역시 여야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상득 의원 여비서들 계좌에서 발견된 8억 원의 괴자금이 사무실 운영비는 물론이고 이 의원의 가족의 생활비 등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의원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이 의원은 아니라고만 한다. 이제 이 의원을 둘러싼 비리의 일부가 확인된 만큼 검찰은 주변만 뒤적일 것이 아니라 이상득 의원을 즉각 소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의원은 “보좌관들의 개인 비리에 책임을 지고 이 의원이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야권에서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공세를 취하는 것은 정치적인 흠집잡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자금줄 캐다 보니…
지난 12월 22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 아무개 씨와 청와대 행정관 박 아무개 씨는 이영수 KMDC 회장과 가까운 사이이고, 박 씨는 청와대에 가기 전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로 근무했다”면서 “박 씨가 배후 세력의 사주를 받아 실무 지시를 하고, 이 회장이 돈을 댄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백원우 의원도 “이 회장은 박 씨의 ‘멘토’로 알려져 있고 박 씨를 홍 전 대표에게 소개해 준 장본인”이라고 가세했다.
일반인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3대 외곽 단체 중 하나인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을 이끌며 승리의 ‘공신’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회원 수는 적었지만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이 대통령 당내 경선 승리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10년 12월 8일엔 국실련을 ‘뉴 한국의 힘’으로 개편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자원개발업체 KMDC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2월 23일 기자와 통화한 이 회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제기한 디도스 관련 의혹에 대해 “면책특권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선 이번에 연루된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돈 거래도 빈번하게 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수행 비서를 하면서 관계를 맺었고, 그 이후에도 ‘선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지난 200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를 하면서 채무관계가 얽혀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회장과 가까운 박 행정관이 선후회 좌장이다. 이 회장이 일정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우리가 야당을 할 때부터 고생을 했던 분들이다. 친한 것은 맞다. 내가 박 행정관을 홍 전 대표 의원실에 소개해 주기도 했다”면서도 “친하다고 해서 이처럼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
임태희 총선 출마한다면‘분당의 서태지’ 종로로 갈까요
특히 임 전 실장 주변에선 ‘정치1번지’ 종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SD라인의 한 현역 의원은 “임 전 실장은 ‘분당의 서태지’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나오면 승리는 떼어논 당상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현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던 임 전 실장이 종로 같은 곳에 출마하면 전망이 어두운 총선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임 전 실장이 경기지사직에 도전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차차기’를 노리고 있는 임 전 실장으로선 총선에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장 사임을 계기로 이제는 자기 정치를 할 때가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