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사진은 201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무르주 부레야역에서 특별열차에 오르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12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를 두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 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측 공식 발표와는 달리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가 열차 내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김병극 연세세브란스 심장내과 교수역시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어떤 치료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나와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의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국가 지도자의 죽음을 두고 ‘열차 내에서 급병으로 사망했다’는 짤막한 발표만을 그대로 믿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위급 당시 어떤 의학적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제시되지 않고 단순히 ‘기차를 탔는데 갑자기 쇼크가 와서 사망했다’는 것은 국가 지도자 사망에 대한 설명으로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심인성 쇼크를 동반한 급성심근경색의 사망률은 심근경색 부위와 심장의 상태에 따라서 약 30~60%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환자 추적 통계에서는 김 위원장처럼 뇌졸중을 앓고 5년 경과 후 심혈관으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은 일반인에 비해 약 6.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뇌졸중에 의한 사망은 약 7.1배,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은 약 5.9배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이기 때문에 모든 이동 경로에 재빠른 응급처치를 위한 준비를 해 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목할 점은 김 위원장의 경우처럼 치명적인 합병증이 동반되는 심근경색도 최근에는 약물 및 치료 기구의 발달로 위급 상황 발생 시 재빠른 조치를 통해 치명적 합병증 발생의 빈도를 낮추는 한편 사망률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열차 내에서 사망했다는 발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처럼 질병으로 인한 쇼크는 어쩌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는 것과는 달리 충분히 예견된 사항이며 쇼크 당시 신속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을 해당 주치의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가 치료 장비가 전무한 열차 내에서 맥없이 죽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히 위급이 감지된 시점에 최단 시간 내에 근처 병원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 역시 “재빠른 응급조치만 된다면 최대 48시간 정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환자를 의료 장비가 전무한 열차에 태웠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초에 열차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들 전문의들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마지막 장소로 ‘야전 열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애초부터 열차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었을 것”이라며 “심근경색은 여러모로 죽음을 꾸미기에 좋은 병이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이 지병 관계로 대외활동을 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음에도 무리하게 일을 했다가 변을 당했다는 북한 측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근경색이라도 어느 정도의 대외활동은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이외에도 다수의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김 위원장이 죽음을 멋있게 포장하기에는 괜찮은 병을 운 좋게 앓았을 뿐”이라며 비슷한 평을 했다.
그동안 심근경색은 일반적으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관련지어 설명돼 왔다. 일례로 심근경색이 산재 처리될 경우 보험사 측에서 업무 스트레스와 심근경색이 관련 없다는 점을 증명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심근경색을 앓고 있던 김 위원장이 마지막까지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열차’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빌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북한 인민들에게 김 위원장을 영웅화시킬 수 있는 더 없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란 게 여러 의학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급성심근경색은 점점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는 병이고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호전이 가능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최고의 약물치료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다소 허망하게 간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치명적 합병증 동반 형벌조치는 없을 것
김정일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김 위원장 주치의들의 책임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김 위원장의 뇌졸중 발병시 이를 담당했던 프랑수아 자비에 루 박사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의사들이 김정일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매우 불안해했다”고 전한 바 있다. 즉 김 위원장의 사망에 주치의의 실수가 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무거운 책임을 지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병극 교수는 “심근경색은 갑작스러운 위험이 예고된 병이라서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주치의는 위급한 상황 발생시 30분 내에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나 노선을 염두해 두고 김정일을 따라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열차에서 급변했다’는 북한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응급상황 발생 후 병원으로의 이동방법 내지는 응급조치를 누가 맡았는지에 따라 책임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적지 않은 나이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는 질환을 앓았기에 어느 정도 사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해 해당 주치의에게 책임을 묻는 형벌조치가 내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