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곧 결론 날 것” 발언에도 여전히 “수사 중”…여론 추이와 국감 일정 따라 정무적 판단 할 수도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2월 11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주식양도세를 다 없애 주가를 부양하겠단 분이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범죄 의혹에 떳떳하지 못하면 그거야말로 양두구육(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에서 2년 이상 관련 계좌와 관계자들을 별건에 별건을 거듭해가며 조사했다”며 “이재명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게이트’에 비해 작은 사건임에도 불구, 검찰 인원을 훨씬 더 많이 투입해 수사했지만 아직까지 무슨 문제점이 드러난 게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법무부 수장으로 입성한 한동훈 장관 역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에 문제가 없고,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장관은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해 “과거 정권부터 오래 수사해온 사안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혐의가 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저는 구체적 사안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거나 (하지 않는다)”라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그 사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 아무개 씨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들은 2021년 12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기소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20여 차례 공판이 열렸다.
반면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2년 넘게 수사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현재 김건희 여사 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에서 담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계속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민주당에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나 서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는다. 앞서 검찰은 대선 전인 1월 초 김 여사에 ‘비공개’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김 여사 측에서 대선 전까지 출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소환조사를 통보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의 소환조사 혹은 서면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 수사 상황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해서는 조심하는 분위기다. 따로 별다른 말이 없이 함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강욱 의원 역시 “검찰 수사에 대해 아무런 통보나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안팎에선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 후 불기소 처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 혐의가 특정됐을 경우 검찰이 불기소 결과를 내놓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란 견해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뒤를 잇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정권에서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미 권오수 전 회장 등 수사 결과의 공소장이 이미 공개됐다. 검사들도 이미 김건희 여사 수사 기록을 보지 않았겠나. 혐의를 확인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괜히 상부 명령에 따라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훗날 자신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이에 수사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2월 금융권 외부기관을 통해 확보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량 수치를 분석해 김건희 여사의 주식 거래내역에서 시세조종성 거래 흐름을 포착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전형적 작전 패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분석). 뉴스타파는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를 분석해 김건희 여사 이름이 289번 등장하며, 2차 작전 ‘선수’에게도 계좌를 빌려주는 등 주가조작 사건에 전방위적으로 연루된 내용을 보도했다.
검찰이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발표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한 국민대학교는 김건희 여사 논문 3편에 대해서는 “표절 아님” 판정을, 나머지 1편은 “검증불가”로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 발표 후 반발이 거셌다. ‘불을 끄려다 오히려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검찰로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김건희 여사 ‘허위경력 의혹’ 수사 결론을 조만간 내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광후 서울경찰청장은 8월 1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김 여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대해 최종 법률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미 국민대 표절 조사 발표로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경찰 수사도 어떤 결과를 내놓든 후폭풍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검찰도 여론의 추이를 보고 결과 발표에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검찰의 사건 결론 보류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9~10월이 되면 국정감사에 돌입하게 된다. 그 전에 검찰이 기소든 불기소든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 국감장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사건 결론으로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법무부나 서울중앙지검 책임자들이 국감 자리에 불려나가 질문을 받아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답변 요구를 피해갈 수 있다. 검찰이 정무적으로 시점을 판단하면 이제와 서둘러 수사 결과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에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주도하에 ‘윤석열 라인’이 핵심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면서도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특검 주장도 힘을 받을 수 있는데, 검찰이 사건을 쥐고 놓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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