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축·별관 균열 현상 보여…교육당국 “안전진단 B등급이라 문제없다 vs 전문가 ”정밀한 지질조사 필요“
성남제일초등학교는 1969년 11월 개교한 학교로 본관, 별관, 체육관 등의 건물에서 학생 348명, 교원 30명, 조리종사자 4명, 병설유치원생 64명 등이 생활하고 있다. 이중 학부모들이 안전에 문제를 제기한 건물은 별관이다. 성남제일초는 오르막길 끄트머리에 높이 4m가 넘는 석축이 학교 삼면을 감싸고 있는 구조로 석축에 갈라짐이 생기고 석축 안에 물이 차 이끼가 끼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돼간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4년 전 학교 인근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됐다. 석축 하부 인근에서 깊게 지하 터파기 공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됐고, 이때부터 학교 별관 뒤 석축이 부푸는 현상이 시작됐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석축과 맞닿은 학교 건물에 영향을 줬다. 육안으로 봐도 별관 건물에 금이 가고, 지면이 푹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별관 화장실 외벽에 균열이 생기고 간헐적으로 단수 또는 수압이 낮아지는 현상이 생겼다. 별관 뒤편 전기시설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23일 성남제일초를 찾아 석축 및 학교 현장을 둘러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골병이 들 대로 든 석축이고, 아직까지 안 무너진 게 다행”이라며 “석축 배수로도 막혀 있고 이끼가 석축 표면에 끼었다는 것은 이미 석축 안에 물이 차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이수곤 전 교수는 2018년 서울 상도초등학교 붕괴를 예측한 바 있는 전문가다.
김유미 성남제일초 학부모회 부회장은 “2020년부터 석축과 별관 건물 안전에 대해 학교에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건물 노후화와 인근 아파트 공사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정밀검사를 요구했고, 학교 측은 당시 건물 정밀진단 및 지반검사 결과 안전등급 B등급을 받았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학부모들은 석축에서 여러 군데 갈라짐 현상을 목격했고 또 다시 학교 측과 인근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LH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LH 측은 석축의 균열을 메우는 작업을 했다. 4월에는 학부모들이 별관 외벽에서 균열을 발견했다. 김유미 부회장은 “당시 학교에서는 건물이 오래돼 발생하는 일반적인 균열이라고 설명했다. 5월부터는 별관 화장실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길 아이들에게 들었다. 인근 아파트 공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 측에 문제를 또 다시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계속해서 정밀안전점검 용역 결과 안전등급 B등급(양호)을 받은 건물이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별관을 사용하는 2~4학년 교실을 본관으로라도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이경희 성남제일초 교장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여름 방학에 교육청 예산 4600만 원과 학교 자체 예산 300만 원을 들여 2~4학년 교실을 모두 본관으로 이사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전히 급식 조리실은 별관에 있고 조리종사자 4명, 영양교사 1명이 별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수곤 전 교수는 “성남제일초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변 암석은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는데 편마암은 지하 굴착공사 시 붕괴사고가 잦은 취약한 지질로 정밀한 지질조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그러나 학교와 지질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보인다. 신승균 경기도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은 “4년마다 정밀검사를 하고 있고 성남에 일부 절개지가 생긴 학교들이 있는데 제일초는 그렇지 않다”며 “대면 수업은 기존대로 진행하고, 불안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분들을 위해 줌(ZOOM)으로 대면수업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방식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자 지난 23일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성남제일초를 찾아 학부모들에게 교육청과 학부모가 각각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해 시행해볼 것을 제안했다. 임 교육감은 “교육청에서만 안전진단업체를 선정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학부모님들도 선정해서 두 업체의 의견을 듣고 판단해 보자”며 “만약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면 임시 교실을 세워서라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즉각 반발했다.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유미 부회장은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고, 시행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난 안전점검 때도 두세 달이 걸렸는데 긴급 대피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행정적인 절차 등을 이유로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승균 교육장은 “임시 교실을 만드는 것도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불안하신 분들에겐 온라인 수업을 제안드린 것”이라며 “LH나 성남시청 측에도 도와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안전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수곤 전 교수는 “사고가 나야만 조치를 취할 건지 답답하다. B등급이란 이유만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학생 400여 명과 인근 아파트 주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다. 석축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강공사가 시급하며, 학교 건물은 일부 보수보다 전면 개축을 추천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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