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 깨끗이 하는 일을 벌초라고 하는 만큼 평소 익숙하지 않는 풀밭이나 숲길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는 부상과 질병을 얻기 쉽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벌 쏘임 사고다.
대게 음력 7월 15일 백중 이후부터 추석 전까지 벌초가 이뤄지는데 7∼9월 사이에는 기온 상승으로 활동이 왕성해지고 말벌류 생애주기 상 개체군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 동안 벌 쏘임 사고로 총 16,75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평균 5,584명이 이송된 셈으로 75.7%가 7∼9월에 나타나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에 집중됐다. 벌 쏘임으로 사망한 환자 31명 중 26명이 해당 기간에 사망했으며 추석 전 벌초작업으로 사망한 사람이 10명으로 32.3%를 차지했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배병관 과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지금부터 9월 하순까지는 벌초뿐만 아니라 산행, 야외활동 시 벌 쏘임 사고가 증가하는 시기이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벌 쏘임 사고 예방 및 응급상황 대처법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벌에 쏘이게 되면 해당 부위에 통증, 부종, 가려움 등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 벌에 쏘였다면 먼저 벌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며 피부에 벌침이 박혔는지 유무를 살피도록 해야 한다.
피부에 박혀있는 침이 보인다면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피부와 평행하게 긁어 제거하도록 한다. 이때 손가락이나 핀셋 등으로 침의 끝부분을 잡아서 제거하는 경우 오히려 벌침 안에 남은 독이 몸으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침을 제거한 후에는 흐르는 물을 이용해 깨끗하게 씻도록 하며 붓기 완화를 위해 얼음주머니 등을 이용해 찜질을 하도록 한다. 벌에 쏘인 후 몸이 심하게 붓거나, 창백해지는 경우, 가려움, 구토, 식은땀, 호흡곤란, 경련, 의식저하 등 전신성 과민반응이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의료기관에 방문하도록 한다.
벌초를 하러 갈 때에는 피부를 많이 가릴 수 있도록 긴팔, 긴 바지, 챙이 넓은 모자 등을 착용하고 옷은 밝은 색 계열로 입도록 한다. 벌을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이 나는 화장품은 피하고 단맛이 나는 음료는 삼가야 한다.
흔히 묘지 근처에서 발견되는 말벌류는 땅속 빈 공간에 집을 짓는 특징이 있으므로 예초기나 발걸음으로 진동이 전달되면 공격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벌초 전 묘지 인근에 벌집이 있는지 미리 주변을 확인해야 한다.
말벌이 발견된 경우 주변에 벌집이 있을 가능성이 크며 흙덩이가 작은 구멍 앞에 쌓여있다면 장수말벌 집이 있을 수 있다. 벌집을 발견한 경우 119 신고를 통해 안전하게 벌집을 제거한 뒤 벌초를 해야 한다.
배 과장은 “흔히 벌초 중에는 벌쏘임 이외에도 뱀에 물리거나 예초기 베임 혹은 돌 튐 사고, 유행성출혈열 같은 가을철 감염병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며 “무턱대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서툴게 벌초를 나서기 보다는 미리 지형을 확인하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고 건강관리에 유의하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응급상황을 대비해 두 명 이상이 벌초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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