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용히 합병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경우는 어떨까.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최근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의 징계를 둘러싸고 신한금융지주와 조흥은행 노동조합의 신경전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는 지난 7월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의 CD(양도성 예금증서)위조사건과 관련해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에게는 ‘문책성 경고’를 내리기로 했다.
문책성 경고는 일종의 중징계로 지난해 회계규정 위반을 이유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에게 내려진 이후 처음이다. 최 행장이 문책성 경고를 받게 되면 퇴임 후 3년간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계에 재취업할 수 없고 연임도 불가능하다. 당연히 내년 4월 출범하는 신한-조흥 통합은행장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최 행장에 대한 문책성 경고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최 행장이 2002년 부행장 시절 (주)새한 부실대출 건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았지만 이는 새한의 분식회계가 원인이었음이 밝혀졌고 7월 발생한 CD사고의 금액이 2백억원으로 국민은행의 6백50억원보다 적었으며 사고 발생 뒤 단순 가담한 직원을 신속히 자수시킨 정황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흥은행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통합은행의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조흥은행의 대립구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 행장이 문책성 경고를 받을 경우 통합은행장 후보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고 신한은행 출신 인사가 통합은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미 지난 5월9일 신한금융지주의 최영휘 사장이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은행통합 방식을 낳고 맞서다 전격적으로 경질된 바 있다. 당시 최 사장은 통합은행은 ‘신한도 조흥도 아닌 새로운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뉴뱅크’론을 제시하다 ‘통합은행은 신한 주도로 가야 한다’는 ‘원뱅크’론을 고집한 라 회장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새로운 주주인 해외자본 BNP파리바측의 간섭을 기존의 재일교포 대주주들이 미리 차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최 행장의 문책성 경고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조흥은행 노조는 보고 있다. 이미 조흥은행 노조는 지난 9월 출범한 통합은행추진위원회(통추위)의 위원장에 대해서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다. 통추위원장은 신한 출신도 조흥 출신도 아닌 제3자로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 통추위원장인 김병주 서강대 교수의 경우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였기 때문에 제3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모든 정황들이 신한금융지주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조흥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통합추진 시작단계부터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조흥은행 노조의 주장처럼 CD위조 사건과 관련한 최 행장의 문책성 경고는 라 회장의 작품일까. 노조는 문제가 발생한 뒤 라 회장이 이에 대한 적극적 구명활동을 벌이지 않아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 잘못한 사실은 맞지만 적극적인 변호 및 구명활동을 하지 않아 문책성 경고를 받도록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 라응찬 회장, 최동수 조흥은행장 | ||
신한은행-조흥은행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전직원 백두산 등반, 윤동주 생가 방문 등 이벤트를 벌이며 감성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렇지만 조흥과 신한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이 남아 있다. 조흥은행 직원들은 통합을 위해서는 신한보다 4∼5년 뒤진 직급을 동등하게 조정할 것을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직급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통합 이후 조흥 출신이 대거 옷을 벗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또 희망퇴직을 거부한 1백13명의 조흥은행 직원들을 무연고지로 전보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 부당전보구제신청을 내는가 하면 시간외수당 요구 진정사건, 단체협약 위반 고소건 등 법적인 다툼도 진행중이다.
신한-조흥 통합은행이 감성통합을 잘 마무리하고 업계 1, 2위를 다투는 ‘리딩뱅크’가 될 것인지 시티은행, 하나은행처럼 내분이 끊이지 않는 은행이 될지는 지금의 고비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