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폴란드의 축구 대표팀 간 평가전에 선발 출전한 이동국. 일요신문 DB |
#K리거들 위주 구성에 무게
최 감독의 당면 과제는 2월 29일 홈 경기로 예정된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이다. 한국은 여기서 패할 경우, 최종예선에도 가보지 못한 채 2018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참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한 만큼, 최 감독은 자신이 꾸준히 체크해왔던 K리그에 시선을 돌릴 공산이 크다. 이미 최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이러한 복안을 털어놓은 바 있다. 조광래 전 감독이 이끌던 시절, 잦았던 점검 기회에 비해 무게감은 거의 없었던 K리거들이 중용되는 시절이 온 것이다.
그래도 깜짝 선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국내파의 경우, 무조건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 대표팀 승선 기회를 부여받을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일정 수준 현장 경험을 쌓은 20대 중·후반 선수들에게 서광이 비친다고 할 수 있다. 요행을 바라진 않지만 최 감독은 자신이 믿는 선수들을 끝까지 밀어주는 지도자 타입이다. 전북에서도 그랬다. 성남에서 사실상 방출당하다시피 했던 이동국을 전북으로 데려와 제2의 전성기로 이끈 이가 바로 그였다. 다양한 팀들을 두루 살펴야 하지만 최 감독 입장에서 보면 가장 익숙한 팀 컬러를 냈던 전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 모로 볼 때 이동국은 당연히 1순위 선발 대상이다. 전북이 지난 시즌 최고 히트 상품으로 내놓았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중심에 이동국이 있었다.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도 대단하다. 더욱이 이동국은 한창 명성을 떨칠 때에도 유독 중동에 강했다. 쿠웨이트 역시 중동의 신흥 강호다. ‘중동 킬러’의 진면목이 나올 공산이 크다.
꾸준히 거론되는 이근호(울산 현대), 김정우 못지않게 그동안 조명을 거의 받지 못해왔던 조성환과 박원재(이상 전북) 등 수비 자원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현역 은퇴를 바라봐야 하는 30대 중반 노장들에게도 기회가 부여될 수 있다. 여기에는 이것저것 살림꾼 역할을 해줄 만한 선수가 해당된다. 실력 외적인 부분까지 살피게 된다. 비록 그라운드에 투입될 기회는 없을지 몰라도 자신을 희생하되, 후배들을 주변에서 이끌어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김상식(전북) 등이 유력하다. 중앙 한복판과 중앙 수비수로서 실력도 손색없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곧잘 한다. 역시 최 감독의 코드를 잘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 김상식은 향후 대표팀 일정에 따라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기용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행히 국내파들은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들의 협조로 조기 소집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럽 리거들 사정 복잡
유럽 리거들로 대변되는 해외파의 사정은 많이 복잡하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FC에서 뛰는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과 오른쪽 풀백 차두리 정도만 제외하고,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많다.
이청용(볼턴)도 정강이 골절상에서 아직 완쾌되지 않았다. 소속 팀의 재활 및 트레이닝 스케줄로 볼 때 실전 투입은 아무리 빨라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 지동원(선덜랜드)이 조금씩 출전 기회를 잡으며 회복되는 인상이지만 국내 킬러 이동국에 비해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고 보기 어렵다.
박주영(아스널)이 가장 고민이다. 최 감독이 이번 유럽 출장을 통해 중점적으로 살필 이는 단연 박주영이 꼽힌다. 대표팀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반면, 소속팀에서는 아직 실망스럽다. 그간 끊임없이 나왔던 대표팀 사령탑들의 공통된 의견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제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해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는 확고부동한 사령탑들의 철학이다. 다만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레바논 원정만 제외하면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박주영이 꾸준히 골을 넣어왔다는 점은 변수다. 박주영에 대한 최 감독의 깊은 고민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실 최 감독은 공격 옵션을 최대한 다양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당장 급해서 영입한 용병 공격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 도중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때, 혹은 아니다 싶으면 냉정하게 교체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파는 조기 소집도 어렵다. 열흘가량 적지 않은 시간을 놓고 두루 점검할 수 있는 국내파와는 다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월드컵 3차 예선은 경기 당일까지 포함해 나흘 간 소집할 수 있다. 짧게 보고, 빨리 결단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주장 교체까지 거론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미 최 감독은 “공격수는 교체 등 변수가 많아서 고정 출전이 가능한 수비수 등이 캡틴 완장을 차야 한다”고 선포했다. 작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난 뒤 박주영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대표팀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지만 짧은 명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독일 분데스리가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손흥민(함부르크)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경쟁 우위를 점한 것도 아니다. 둘 다 기량은 좋지만 역시 최근 보여준 게 부족하다. 특히 구자철은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는 등 뚜렷하게 위치를 정하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