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최상단 컨설팅업자가 전체 사기판 짜고 한 채 당 수천만원 챙겨”
올해는 급증세에 더 불이 붙었다. 2022년 8월까지 사고액이 이미 5368억 원이다. HUG에 따르면 2022년 8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1089억 원으로, 처음으로 한 달 1000억 원을 돌파했다. 8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2022년에는 사고 금액 1조 원을 넘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사고 금액 1조 원도 HUG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만 조사한 결과다.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0% 정도로 추산돼 전체 시장의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찾는 커뮤니티 가운데 한 곳이 ‘전세 사기 대책위원회’라는 오픈채팅방이다. 피해자는 오픈채팅방에서 전세 사기 사례를 공유하고, 먼저 당해 봤거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모여 서로 해결책을 나눈다. 이 방은 사례 없이 순수한 재능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이 방에서 ‘사기 박멸’이란 별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피해자이자 상담역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대략 400건 이상 전세 사기 피해 사례를 봤고 상담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언론 보도와 정치권 접근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전세 보증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면서 “사기 당해서 전세 보증금을 날린 사람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세 사기 피해자 방에서 상담역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20년 9월경 다세대 복층 신축 빌라에 입주하고 살았다. 2021년 10월 전세 사기 관련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고 혹시 하는 마음에 집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그런데 2021년 9월 말 임대인이 변경된 걸 인지했다. 인지하고 얼마 뒤 가압류가 들어왔다. 이사를 나가려고 했지만,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현재 사기죄로 수감 중이고 만기가 지난 지금까지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등기부등본에는 살고 있는 집에 종부세 체납으로 추정되는 국세 압류 및 근저당, 기타 가압류가 걸려 있다. 내가 이 과정을 해결하기 위해 3개월 정도 잠도 못 자며 해결방안을 물색하면서 알아본 내용을 다른 피해자에게 공유하기 위해서 전세 사기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상담역도 맡게 됐다.”
―전세 사기 구조를 말해 달라.
“대략 400건 정도 실제 사례를 본 것 같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흐름은 비슷하다. 전세 사기는 주택용도로 보면 주로 다세대나 오피스텔에 많지만, 다가구나 소규모 아파트에도 존재한다. 신축, 구옥 모두 가능하다. 본질은 전세수요는 있는데 매매수요가 없는 매물을 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세 사기 가운데 빌라가 많다. 빌라는 기본적으로 재건축 이슈 등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구매 이후 시세가 계속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전세 사기 컨설팅 업체는 전세 수요자를 노려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전세 세입자와 계약한 다음 명의 대여자(바지)로 임대인을 변경한다. 이후 세금 체납, 대부업체 대출, 개인 근저당 등을 실행하고 고의 파산해 세입자가 그 집을 떠안게 하거나 보증보험에서 받아 가게 한다.”
―구체적인 사기 방법을 설명해 달라.
“커뮤니티에서 보면 서울은 강서구, 구로구, 관악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이 많고 최근 중랑구도 들어 오고 있다. 경기지역은 인천, 부천, 부평, 김포 등이 많은 것 같다. 이들 지역은 시세가 높지 않고 전세 수요가 많아 사기 조직이 작업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지역에서 신축 빌라 분양 또는 구옥 빌라를 매도한다면 컨설팅 업자들이 매도자에게 접근한다. 컨설팅 업자는 미리 바지를 구해 놓고 시세보다 높게 전세 계약을 체결한다.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은 보증보험 또는 이자 지원을 이용한다. ‘보증보험이 있으니 무조건 안전한 매물이다’, ‘무조건 안전한데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급해서 임대인에게 1~2년 치 전세 대출 이자도 지원해 준다’며 소개한다. 이때 정상적인 시세로는 HUG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이 안 된다. 현행 HUG의 전세 보증보험 가입 조건은 전세금이 주택공시가격의 150%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 따라서 감정평가 브로커를 통해 시세를 부풀린다. 브로커를 통해 공시가격에 최대 250%까지 감정가를 부풀려 가입시키고 전세금도 띄운 금액에 맞춘다.”
―임차인이 계약하고 집에 들어간 이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나.
“임차인이 전셋집에 들어가는 잔금일에 집주인을 바지로 대부분 변경한다. 이걸 ‘동시 진행’이라고 한다. 과거부터 많이 사용하던 거래 방법은 맞지만, 요즘은 거의 사기에 이용되고 있다. 매매 계약은 실행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고 전입 신고는 다음 날 0시를 기준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즉, 같은 날 계약과 신고를 해도 매매 계약 효력이 앞선다. 이렇게 되면 세금 체납, 근저당이 있는 경우 전세 사기 당한 사람이 후순위가 된다. 이후 상황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동시 진행으로 집주인이 바뀌면 몇 주, 몇 달 안에 압류, 가압류 등이 들어오다가 나중에는 근저당도 잡힌다.”
―전세 사기임을 인지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세 사기를 당했는데 집주인이 바뀐 지 1개월 이내이고 전세 계약서상 임대인 지위 승계에 관한 논의가 없다면 임대인 지위승계거부를 고려해봐야 한다. 이 경우가 아니지만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연장은 고민하지 말고 전세 보증보험 이행 절차를 숙지하는 것이 좋다. 간략한 이행 절차를 설명하자면 계약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개월 전부터 최소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도달시켜야 한다. 내용증명, 공시송달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오래 걸려 만기 6개월 전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증보험이 없다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보통 사기 매물들은 전세가가 주택 시세보다 높기 때문에 특별한 호재가 있지 않은 이상 경매에서 낙찰자를 찾기 힘들다. 결국 본인 전세보증금과 상계해서 집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바지는 엄청난 국세 체납이 있기 때문에 손해가 커진다. 체납 세금 규모가 2억 원이 넘어서 경매가 기각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컨설팅 업자나 바지와 협상해 웃돈을 주고 매매한 사례도 있다. 보증보험 없이 경매까지 간 경우 손해는 불가피하고 이 집을 다시 팔기도 어렵다.”
―전세 사기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고, 이들이 1채를 사기 치면 수익은 어느 정도 되나.
“전세 사기에 필요한 인원은 통상 컨설팅업자인 중개보조원, 계약서 작성을 위한 공인중개사, 바지 역할이자 고의 파산할 명의대여자, 대출 한도를 높여 줄 대출모집인, 앞서 말한 시세를 띄우는 감정평가사 등이 있다. 수익구조를 보면 예를 들어 2억 시세 집이 있다면 사기 조직은 이 집을 매도자에게 2억 원에 구매한다고 계약한다. 다음 2억 5000만 원에 앞서 말한 방법대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같은 가격에 바지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진행한다. 이렇게 남은 수익 5000만 원을 명의 대여자에게 200만~300만 원, 감정평가 브로커에게 몇백만 원을 준다. 임차인에게 미끼로 1년 혹은 2년 이자 지원을 약속했으면 1년 이자가 대략 500만 원 정도다. 이렇게 나눠주고 남는 차액을 가진다. 5000만 원 정도 시세를 띄우면 취·등록세를 내고도 2000만 원 이상 수익이 나온다. 사기 조직은 바지 1명 명의로 1000채 이상 계약을 하기도 한다. 그게 최근 얘기 나오는 1000채 빌라 소유자의 실체다.”
―전세 사기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 사기 당한 피해자와 얘기를 나눠보면 최근 언론보도가 많이 이뤄지기 전에는 사기 당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불안하게 그런 얘기를 왜 하냐’는 식으로 오히려 화내기도 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상황 인지를 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문제도 있다. 언론에서 전세 사기를 다룰 때 집주인인 명의 대여자 위주로 보도가 되고 있다. 앞서 말한 전세 사기 구조를 봐도 이득을 가장 많이 보는 건 컨설팅 업자다. 컨설팅업자가 전세 사기판을 짜고 1채당 수천만 원의 수익을 보는 수익구조 최상단에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집주인 집 1000채, 500채 이런 얘기만 나오고 컨설팅업자들이 주체가 되는 기사를 거의 못 봤다. 집주인은 바지일 뿐이다. 컨설팅 업자는 바지를 도구로 쓸 뿐이다. 한 심부름 고용 사이트에서는 대놓고 명의 대여자를 200만 원에 구인하고 있다. 컨설팅 업자를 잡지 못하면 명의 대여자는 계속 바꾸면 그만이다.”
―한 컨설팅 업자가 여러 명의 대여자를 거느리는 경우도 있나.
“커뮤니티에서는 닉네임 마지막을 사기 당한 집의 집주인 초성으로 지정해 두게 했다. 서로 누구에게 당했는지 파악해 보는 방법이다. 그런데 사기 당한 주체가 다른데도 계약서에 적힌 번호가 똑같은 경우가 있다. 관리자 전화기 한 대에 명의 대여자 3명이 묶여 있다. 이들 3명 명의로 3000채 가까운 빌라 사기가 이뤄졌다. 그 번호가 2400번이어서 여기에 사기 당한 사람을 우리끼리는 ‘2400번 피해자’라고 얘기한다. 명의 대여자가 아니라 2400번을 관리하는 조직, 즉 컨설팅 업체를 수사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명의 대여자를 ‘갭투자자’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명의 대여자를 표현할 때 ‘갭투자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치 집값이 하락해서 어쩔 수 없이 못 돌려주는 것처럼 묘사도 된다. 그런데 바지는 투자한 게 아니다. 애초부터 컨설팅 업자가 사기를 기획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매매가를 감정평가 혹은 업(UP) 계약서 등으로 부풀려 놓는데 최초 입주 시점부터 시세조작을 하는 투자도 있나. 바지를 보면 대부분 애초에 고의적인 파산을 할 목적으로 집을 수천, 수백 채 취득하고 세금을 한 번도 안내 세금만 수십억 원씩 밀려 있다. 이들을 보고 갭투자자라고 불러선 안 된다.”
―전세 사기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해결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세 사기꾼이 하는 전세금과 매매금이 동일한 ‘무갭투자’를 막더라도 갭이 있는 것처럼 계약서를 꾸미고 실제 돈은 오가지 않는 업 계약서를 쓸 수도 있다. 동시 진행을 막는다고 해도 사기는 얼마든지 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 시점만 조금 뒤로 미루면 된다. 실질적으로 사기 행위를 막을 방법은 그들의 먹을거리를 뺏고 적발 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먹잇감을 뺏으려면 전세 보증보험 가입기준부터 개편해야 한다. 사기꾼들이 전세 보증보험을 미끼로 임차인을 구하고 그 금액도 전세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추고 있다. ‘전세 보증보험 나오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거나, 사기행각이 발각되면 아예 ‘전세 보증보험에서 받아 가라’고 당당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전세 보증보험을 사기꾼들이 이용하고 있다.”
―전세 보증보험을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전세 보증보험 가입 기준으로 전세금이 주택공시가격의 150%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주택가격이 기준에 맞지 않아도 외부 감정평가를 받으면 감정평가액이 영순위로 고려되고 있다. 현재 사기꾼은 외부 감정평가를 이용해 최대 주택 공시가격의 250%까지 시세를 띄우고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주택 원래 시세에서 남는 금액은 모조리 사기꾼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주택가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국토부에서는 4분기부터 전세 보증보험 주택가격을 현행 공시가격의 150%까지 가입되던 걸 140%로 낮추고 외부 감정평가를 감정평가협회의 추천을 받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더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공시가격의 130%로 제한하고 외부 감정평가는 완전히 없애고 HUG에 자체 감정평가사를 두거나 신뢰할 만한 민간 위탁업체에 맡겨 자체 감정이 되도록 해야 투명한 방향이 되리라 본다. HUG에서만 매달 1000억 원씩 사고가 나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어떤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안전한 매물을 구하는 방법은 주택 시세 대비 전세가를 전세가율이라고 하는데 이걸 70~80% 정도로 맞추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손해가 적어진다. 다만 전세가율을 판단하는 기준이 등기부등본상 주택 매매가나 호가가 되면 안 된다. 객관적인 지표는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공시가격이다. 개별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빌라 경매는 공시가격의 120~130% 선에서 낙찰이 된다. 공시 가격의 120%를 곱한 게 실제 시세라고 보면 된다. 사기꾼 컨설팅업자는 항상 ‘공시가격은 아무 의미 없다’, ‘현실이랑 전혀 안 맞는다’ 등의 얘기를 항상 하는데 무시하면 된다. 당연히 등기부등본상 압류, 가압류, 근저당 등이 없는 매물을 구해야 하고 집 구할 때 ‘전세 보증보험 100%’, ‘이자 지원’ 등으로 홍보하는 매물을 걸러야 한다. 만약 주변에 전세가가 공시가격의 120~130%를 모두 넘는 상황이면 차라리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나 월세를 고려해보는 걸 추천한다. 또한 중개사가 집을 구할 때 소위 ‘가계약금’을 100만 원이나 200만 원이라도 넣어 놓으라고 쉽게 말하는데 계약 직전 사기 매물인 걸 알아도 이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 굳이 가계약금을 넣는다 해도 특약 작성 부분에서 ‘합의가 안 되면 가계약금은 즉시 반환된다’고 서류를 만들어 놓는 것을 추천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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