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막장 운영 논란, 엔씨소프트 프로모션 파문…양쪽 유저 대통합, 게임법 개정 등 힘 모으기로
리니지2M 유저는 소위 ‘린저씨’(리니지 아저씨)라 불린다. 린저씨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30대 이상 남성으로 현질(현금결제)에 거침이 없고 경쟁을 즐기는 모습이다. 우마무스메 유저는 굳이 따지자면 리니지 유저보다는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고 서브컬처를 좋아하며 게임을 즐기는 성향이 짙다. 그런데 서로 다른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국내 게임사의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데에 뜻이 모이면서다.
운영 논란이 된 우마무스메는 지난 6월 20일 출시한 신작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2월 출시한 게임이 한국에 1년 3개월 정도 뒤에 출시됐다. ‘우마무스메’는 경주마의 모에화라는 독창적인 콘셉트가 게임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소다. 모에화는 보통의 의인화와 달리 특정 대상을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말들은 실제 경마에 출전했던 말들을 캐릭터화했다. 예를 들어 일본 경마계의 최강으로 꼽히며 ‘일본 총대장’이라 불렸던 스페셜 위크, 재능은 엄청났지만 기수의 말을 듣지 않아 악동으로 통했던 골드 쉽 등 말의 실제 스토리를 캐릭터에 녹였다. 비운의 말로 통하는 사일런스 스즈카의 경우 경기 도중 사고로 안락사돼 경마계를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이런 경주마의 사건도 반영됐는데, 유저가 사일런스 스즈카 캐릭터로 우승을 차지하면 경기 도중 멘트가 달라지거나 역사를 바꿨다는 식으로 게임 속 상황이 바뀐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셔(유통사)다. 그런데 출시 초기부터 카카오게임즈 측의 운영 논란이 계속됐다. 자잘한 사건은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유저와 퍼블리셔 갈등이 도출된 계기는 ‘키타산 블랙’ 사건이다.
키타산 블랙은 일본 내에서 최고의 경주마 중 하나로 꼽힌다. 우마무스메는 실제 말을 반영해 캐릭터를 만든 만큼 게임 내에서도 키타산 블랙 카드는 필수로 가져야 할 서포트 카드로 꼽힌다. 우마무스메는 기본적으로 가챠(캐릭터 뽑기) 시스템이다. 키타산 블랙을 뽑기 위해서는 랜덤 확률로 가챠를 돌려야 하는데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만 ‘픽업’ 이벤트가 있어 7월 25일부터 8월 10일 정오까지 가챠에서는 키타산 블랙을 뽑을 확률이 2배가 됐다. 또한 이 기간에는 200번 가챠를 돌리면 확정적으로 키타산 블랙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기간 유저들이 키타산 블랙을 얻기 위해 돈을 쓰면서 우마무스메는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이벤트 기간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200번 가챠를 돌려 마일리지를 채우면 확정적으로 원하는 카드 하나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채운 200마일리지는 대략 60만 원 정도로 평가 받는다. 마일리지는 시즌이 끝나면 클로버로 전환되는데, 전환이 되면 사실상 가치가 거의 없어진다. 200마일리지 가까이 모아둬도 클로버로 전환되면 1200원 정도 가치로 폭락한다.
문제는 이벤트가 끝나기 하루 전인 8월 9일 발생했다. 9일 카카오게임즈는 10일 오전 8시부터 점검 및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당초 이벤트 시간은 정오까지라고 홍보해왔고, 일반적으로도 오전 11시에 업데이트를 해왔는데 이날만 오전 8시에 진행한 것이다. 공지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아 놓은 마일리지가 대거 클로버로 전환돼 버렸다.
우마무스메 유저 소송 담당을 맡은 김성수 씨는 “10일이 월급날인 경우가 많아 오전에 월급이 들어오면 현금을 더 써서 마일리지를 채우려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8시 업데이트에 마일리지 전체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각에서는 ‘진작 마일리지를 바꾸지 그랬냐’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요한 이벤트 시간 마감 직전에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게임 운영사는 없다. 더군다나 게임은 새벽 시간대 업데이트가 일반적인데 낮에 업데이트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키타산 블랙 사건으로 지속적 항의가 계속되자 카카오게임즈 측은 ‘공지를 성실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문제가 터졌다. 우마무스메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 가운데 하나가 유저 간 경쟁인 ‘챔피언스 미팅’이다. 그런데 챔피언스 미팅 ‘타우러스배’를 도입 3일 전에 단 세 줄로 공지하면서다. 공지는 개최 시기와 ‘도쿄, 잔디, 2400m(중거리) 좌(좌측으로 돈다), 봄(계절), 맑음, 양호(잔디 상태)’가 전부였다.
이 공지만 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일본 서버를 참고해야 했다. 한 우마무스메 유저는 “진짜 성의 없다. 최소한 챔피언스 미팅이 뭔지는 설명해야 하지 않나”라고 댓글을 남겼다. 더군다나 우마무스메는 캐릭터 육성을 ‘깎는다’라고 표현한다. 앞서 공개된 거리, 계절, 날씨에 따라 말을 육성해야 하는데 3일 안에는 불가능하다. 또 다른 우마무스메 유저는 “시험 3일 전에 무슨 시험을 볼지 공개하면 운 좋은 사람이 이긴다. 현질 수백만 원 한 게 무용지물이 되는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유저와 간담회를 통해 사과와 함께 마일리지 관련 구제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측 입장이 나오면서 일부는 ‘이 정도면 됐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들끓던 여론이 잠잠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9월 21일 한 언론 기사를 통해 ‘우마무스메 유저는 지나친 ‘을질’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피해호소인’ 기사가 나오면서 여론은 다시 분노로 모아졌다. 유저들은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피해호소인 소리까지 들어야 하냐’는 분위기였다.
리니지2M은 ‘프로모션’ 때문에 소송전까지 번졌다. 리니지는 대표적인 ‘Pay to Win’ 게임으로 분류된다. 결국 돈을 써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란 뜻이다. 리니지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보다 현질 강도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 프로모션에 굉장히 민감하다.
프로모션은 게임사가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BJ, 유튜버에게 자사 게임을 해주는 조건으로 주는 지원금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로모션 계약서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2시간, 한 달에 20일을 해당 게임으로 방송해야 한다. 이런 조건으로 지급되는 프로모션 지원비는 메이저 BJ의 경우 3억 원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 돈은 반드시 게임에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불문율처럼 게임 현질에 사용한다. 게임사도 계약서에 넣긴 어렵지만 게임에 쓰길 기대한다. 그래야 유저들도 방송을 보며 현질을 하기 때문이다. 방송인도 이 돈을 게임에 쓰면 사람들이 열광하고 시청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로 여겨 현질에 사용한다.
프로모션이 있으면 ‘Pay to Win’ 특성상 일반 유저가 BJ를 이기기 어렵다. 한쪽은 수억 원 자금 지원이 되는데 한쪽은 생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니지는 혈맹이라는 조직 기반 게임이라는 특성도 있다. BJ가 포함된 혈맹의 힘이 급격히 세지면서 다른 혈맹과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저들은 ‘Pay to Win’ 계열 게임의 경우 프로모션이 있으면 진입 자체를 꺼린다.
리니지2M은 프로모션이 없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문주' 유튜브 채널에서 리니지 2M 프로모션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문주는 유튜브 영상에서 엔씨소프트 측과 나눈 문자 내용을 공개했는데 문자에 따르면 이 씨가 “다음 달부터 리니지2M 프로모션 뺄 수 있을까요? 리니지2M은 접고 리니지W만 하려고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결국 리니지2M에도 프로모션이 있었던 셈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유저들은 난리가 났다. ‘리니지2M도 프로모션이 있었냐’며 엔씨소프트를 성토했다. 유저들은 ‘프로모션이 있었다면 게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사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리니지2M 유저들이 집단 반발해 소송전까지 가게 된 계기였다.
소송에 참여한 리니지2M 유저들은 △리니지2M에 간접적으로도 프로모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공개 △계약서 내용 공개 △프로모션 진행한 본부장 징계 △유저 소통창구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공식 사과 방송을 진행한 이후에도 꾸준히 지적해 주시는 사항에 대해 귀담아 듣고 있다"며 "이용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의견을 바탕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마무스메와 리니지2M 유저 모두 게임사를 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니지2M 유저는 엔씨소프트 앞에서 트럭 시위에 나섰고, 우마무스메 유저는 카카오게임즈 앞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소송도 검토 중인데 최근 양쪽 모두 최근 법무법인 측과 소송 관련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들은 게임사의 불공정한 운영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소송뿐만 아니라 법률 개정에도 공동으로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관련 대응에 유저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하태경 의원은 “카카오게임즈의 변화는 체계적인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의 틀이 마련돼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계류된 게임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심사를 통해 이용자 권익 보호 강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상헌 의원은 리니지2M 프로모션 논란 이후 ‘게임 내 프로모션 계정’ 표시를 게임업계에 제안한 바 있다.
다른 게임이지만 게이머라는 큰 틀로 뭉친 이들 합작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주목 받고 있다. 게임을 넘어 연대한 ‘국공합작’이 소송이나 법안 개정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유저도 많다. 우마무스메 유저 김성수 씨는 “게임사가 이익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유저를 기만하고 호구 취급하니까 문제다.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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