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그는 지난 198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재를 맡고 있던 통일민주당에 여성국장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김 전 대통령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87년 대선 패배 뒤 여성 영입 케이스로 YS 참모가 된 뒤 1995년 정무2차관(여성 담당)까지 오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김 전 특보는 통일민주당 입당 때 당시로서는 군사정권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야당을 선택하는 ‘무모함’을 보여 주변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표현대로 “독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었고 결국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 뒤 그는 (사)전문직여성(BPW)한국연맹 회장 등의 NGO 활동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여성 전략 공천 지역구로 지정한 송파구에서 치열한 당내 경쟁을 거쳐 첫 여성구청장직에 올랐다. 당시 그는 노무현-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수행평가 1-2위를 다툴 정도로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후배 여성 지도자들에게 정치 행정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2012년 총선에서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정치경력은 1988년 이래 계속돼 왔지만 본인은 “2012년이 정치인생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구청장 재직 당시 일각에서 ‘행정의 문외한이 어떻게 송파구를 이끌 것이냐’는 시각에 대해 “행정수장의 자리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얼마나 유려하게 풀어내는가에 달려있다. 탁월한 리더십과 주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낮은 자세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한다.
김 전 특보는 스스로를 ‘준비된 여성 정치인’이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 영입 케이스로 정치에 입문한 비례대표 여성 정치인들은 각 정당의 구색 맞추기의 산물로 인식돼 존재감 없이 명멸해갔다”는 게 그가 가진 여성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그는 이런 여성 정치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과감하게 없애나가겠다고 한다. “정치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도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그 길을 개척하고 후배들에게 좀 더 넓고 다양한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이밖에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여성의 정치 네트워킹 작업도 하고 싶다고 한다. 한명숙 현 민주당통합 대표와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더욱 자신이 있다고 한다. 존경하는 여성 정치인을 묻자 멀리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꼽는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는 스타일인데 반해 힐러리는 장애물을 뚫고 정면대결을 하는 공격적 성향이라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4·11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한다면 넓은 지면에 정식으로 초대해 이번에 못다 실은 폭판 발언과 함께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로 끼와 열정이 넘쳤다. “꿈이 대통령이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하다”라고 대답한 것만 봐도 그렇다. 뒤늦게 농담이라며 눙치긴 했지만 진담으로 들렸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