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들의 천국 전라남도 신안. 그 안에서도 사랑(慈)과 은혜(恩)가 넘치는 섬 자은도(慈恩島). 푸른 바다와 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이곳에 견공들의 천국을 꾸린 김태원 씨(46)가 살고 있다.
부산에 살던 태원 씨가 자은도에 자리 잡은 건 4년 전. 여행 차 들렸던 자은도의 때 묻지 않은 매력에 반해 두 번째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처음 자은도에 발을 딛을 때는 아내와 단둘뿐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24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고 있다.
2년 전 개들과 함께 살기 위해 지금의 집터를 마련해 직접 운동장을 만들고 7개의 견사까지 지었다. 태원 씨가 이처럼 대가족을 꾸리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개들 중 가족을 찾지 못하고 오랜 시간 보호소에 머문 개들을 지나치지 못한 것.
임신한 채로 유기됐던 '금자', 개 번식장의 모견 출신으로 사람에게 학대당했던 '레나', 철 수세미를 삼킨 채 발견된 '타미' 등 모두 사람에게 상처받고 힘든 나날을 보냈던 녀석들. 그렇지만 지금은 태원 씨 그늘에서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큰일은 없었는지 CCTV 확인하고, 견사 청소하고, 개들 목욕시키고, 태원 씨의 오전 시간은 24마리 개들을 돌보느라 누구보다 바쁘게 흘러간다. 땀으로 온몸이 젖은 태원 씨가 향하는 곳은 바로 냉동고다. 본인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가 아닌 아침부터 뛰어노느라 지친 개들을 위한 '태원 표 아이스크림'을 주기 위해서다.
24마리의 개들이 골고루 즐거울 수 있도록 매일 다양한 놀이를 고민한다는 태원 씨. 오늘은 개들과 색다른 놀이를 시도해 보고자 새로운 놀이기구를 직접 만들 예정이다. 자은도에 오기 전 용접기사로 일하며 쌓은 용접 실력을 살려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하는데 전문가의 솜씨로 금세 완성된 새 놀이기구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24마리 견공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기구에 녀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태원 씨의 노력은 성과를 볼 수 있을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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