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리조트 머물며 싱가포르·태국·베트남 이동…배상윤 KH필룩스 회장은 하와이 머무르는 중
검찰도 일단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수사는 최대한 진행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이사)를 구속하며, 쌍방울그룹과 경기도 사이의 부적절한 거래를 조금씩 입증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김성태 전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이 모두 해외에 도주 중인 탓에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 조치 비웃듯…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김성태 전 회장 일행을 검거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8월 말 김 전 회장 등 쌍방울 임원 5명에 대해 여권 효력을 무효화해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2주일 동안의 통보 후 여권 효력이 없어지면서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은 합법적인 절차로는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게 됐다.
5월 31일 싱가포르로 출국한 김성태 전 회장은 이후 태국으로 이동해 유명 리조트 등에 머무르다가 최근 베트남으로 옮겼다고 한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하고 여권 무효 조치를 취했지만 김 전 회장 일행은 이미 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회장의 소식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있다가 태국 리조트를 거쳐, 최근에는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머무르고 있다”며 “동남아에서는 위조된 신분증을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들었다. 조금 제약은 있지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동남아에 머무르면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에 있을 때 김 전 회장은 한국 음식을 즐기며 지인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 임직원들이 김 전 회장이 선호하는 김치와 횟감류 등을 가져간 적도 있다.
특히 가수와 여성들이 김 전 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한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를 포함해 여러 여성들이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머무를 때 김 전 회장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김 전 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관련 정황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태국에서 생일 파티를 한다며 지인들을 불렀고, 그 자리에 지인과 연예인이 가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배상윤 KH필룩스 회장의 경우, 출입국 관리가 철저한 미국으로 간 탓에 이동을 하지 못하고 하와이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김 전 회장도, 배 회장도 급하게 나갔다고 하지만 검찰 수사 정보를 계속 파악하면서 나름 준비를 해서 한국을 떠났다”며 “검찰에서 이들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지금 흐름으로는 이들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화영, 뇌물 대가로 대북 사업 특혜?
이원석 검찰총장으로부터 ‘초기 부실대응’ 지적을 받기도 했던 수원지검 수사팀이 9월 2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이사)를 구속하는 데 성공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수사팀이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경기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3년여 동안 3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판단이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제공받는 등 뇌물 2억 5000만여 원을 받았고,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등재해 임금 9000여만 원을 지급받도록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법원은 검찰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수원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그룹의 B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뇌물을 받은 대가로 북한 관련 사업 특혜를 줘 쌍방울 계열사 주가 급등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2019년 초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이 합의 이후 쌍방울 계열사는 희토류를 포함한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약정 받았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했다.
#김형록 차장검사 가고 김영일 차장검사 오고
다만 검찰은 최근 내부 분위기가 다소 뒤숭숭하다. 수사를 지휘했던 김형록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부임 두 달 만에 돌연 감사원으로 파견됐기 때문이다. 이레적인 인사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9월 25일 법무부는 김형록 차장검사가 26일부터 감사원으로 파견 근무를 하게 된다며, 후임으로 김영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직무대리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갑작스러운 파견 배경에 대해 “감사원의 법률자문관 파견 요청이 있었고, 업무지원 등 파견 필요성과 전문성, 역량 등을 고려해 검찰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워낙 파격적인 조치라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에 놓인 사건 성격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김영일 차장검사가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며 “그때 김형록 차장검사를 임명했다가 2개월 만에 인사 조치를 다시 하는 것을 놓고 ‘징계 성격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형록 차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과 인천지검 특수부장, 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장 등을 거친 인물이지만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반면에 수사를 이끌게 된 김영일 평택지청장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총장 최측근인 대검찰청 수사정보1담당관을 맡았으며, 고발 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보좌한 바 있다. 이들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차장검사를 교체했다는 것은 수사팀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애초 수사를 맡게 됐을 때부터 이미 핵심 관계자들이 다 해외로 도주했던 것은 앞선 수사팀의 조치가 워낙 상식 밖이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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