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결혼생활 동안 세 자녀를 번듯하게 키워내고 부족함 없는 황혼을 즐기고 있는 79세 남편과 73세 아내. 하지만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는 오랜 세월 말하지 못한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남편의 과거 ‘외도’ 문제. 남편은 자신의 과오를 방송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만 남은 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어렵게 출연을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 남편은 설거지, 분리수거까지 척척 해내는 살림꾼에 테니스 동호회에서 체력과 유머를 뽐내는 일명 ‘인싸’ 어르신이다. 그런데 이런 남편이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평범한 일상 중에도 별안간 시작되는 아내의 고정 레퍼토리, 바로 남편의 과거 외도 이야기가 그 이유다.
실제로 공개된 관찰 영상에서 아내는 다정하게 과일을 먹다가도, 함께 TV를 보다가도 남편의 지난 외도 사실을 끄집어내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심지어 아내는 남편에게 걸려 온 전화를 수상해하며 남편 몰래 휴대폰을 뒤져보는 등 여전히 남편을 의심하고 있었다.
영상을 지켜보던 남편은 아내에게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과했는데도 수십 년째 반복되는 추궁과 불신에 집이 감옥같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오래전 일이 아직도 어제 일같이 생생하게 느껴지냐는 오은영 박사의 질문에 아내는 남편의 외도가 40대, 50대에 두 차례나 있었다며 자신의 한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외도 기간 동안 생활비는커녕 아이들에게도 무관심했던 남편 때문에 가정 경제와 양육을 홀로 책임져 온 수십 년의 세월이 지금에 와서도 억울하다는 것. 그리고 남편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은 여전히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실제로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 중에 지난 외도 사실을 반성하면서도 외도 상대를 두둔하며 “걔도 불쌍한 애야”라고 말해 지켜보던 MC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밤이 깊어도 멈추지 않았다. 아내는 외도 기간이 1년 남짓이라는 남편의 주장을 결코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은 기간에는 외도 상대와 관계가 유지된 것 아니냐며 당신의 외도 기간은 7~8년이라고 팽팽히 맞선 것.
아내의 계속된 추궁에 여태껏 혼자 앓고 있던 결혼 전 아내에게 상처받았던 이야기를 꺼내며 폭발하고 만 남편은 결국 제작진에게 카메라 철수를 요구하며 집을 나가 버리는데...
사상 초유의 촬영 중단 사태를 지켜보던 MC들은 긴 세월 이어져 온 부부의 갈등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상 영상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서도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은 멈추지 않아 역대 최장 시간 상담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7시간이 넘는 상담 끝에 오은영 박사는 아내가 매번 똑같은 의심과 불신을 반복하는 이유를 '남편의 외도에 입은 치명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30년 넘게 반복돼온 두 어르신의 갈등 해결을 위해 이제껏 어느 부부에게도 내놓지 않았던 힐링 리포트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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