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를 빼입고 퇴근길 런웨이에 나선 곳은 용산 삼각지로 이곳에 찬 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이 있다. 바로 해장하러 왔다가 시원 칼칼한 국물에 빠져 한 잔 더 하고 간다는 대구탕이다.
삼각지에 대구탕 골목이 생긴 이후 1979년부터 43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가게가 있단다. 그 겉모습만 봐도 세월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는데 가게에 얽힌 가족들만 해도 3대째다.
엄마로부터 넘겨받아 아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군 제대 후 다음 사장님을 꿈꾸는 손자까지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게를 찾는 손님들 또한 2대, 3대를 넘나드는 것은 기본이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찾는 맛집이 되었다.
43년간 꾸준하게 이어오는 인기의 비결은 배에서 얼려 산도가 가장 좋은 대구를 골라 요리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양념 맛에 있다. 그리고 단 두가지뿐인 밑반찬에 있다는데 그 밑반찬은 다름 아닌 동치미와 아가미 젓갈 김치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대구를 이용한 아가미 젓갈 김치는 1대 사장님의 친정 엄마의 레시피란다. 한 달에 젓갈과 함께 버무리는 무 양만 해도 무려 1톤에 달한다.
손님들의 요청에 메뉴판에까지 고속 입주한 맛이라고. 매일매일 담그는 동치미도 역시도 시원한 맛으로 단골 발걸음을 붙잡는 일등공신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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