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제작진들이 추위 속에서 몸을 꽁꽁 싸맨 채 야외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
지난 1월 29일 ‘1박2일’에선 ‘한국인의 겨울 밥상 체험’에 이어 ‘5대 어선 특집’이 방영됐다.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은 극한의 경험을 한다. 각자의 배에 나눠 탑승한 멤버들은 배멀미로 극도의 고생을 했고 이로 인해 ‘1박2일’이 종영을 앞두고 더 독해졌다는 얘기까지 들렸을 정도다.
그런데 고생을 하는 이들은 단지 멤버들뿐만이 아니다. 함께 배에 올라탄 스태프들도 거센 파도로 인해 고생하기는 매한가지. 배 멀미로 쓰러지고 구토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그려졌다. 특히 유정아 PD가 누워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이수근이 “유정아 PD는 시작부터 멀미로 인해 이미 쓰러진 상태다. 이러다 카메라 감독마저 쓰러지면 촬영 못한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멤버들이 ‘1박2일’을 촬영하며 극한의 고생을 한다면 그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야 하는 스태프들은 더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백두산 역시 거의 모든 응답자가 가장 힘겨웠던 현장으로 언급했다. 시즌2에 메인작가로 합류하는 최재영 작가는 “아무래도 국내가 아닌 해외 로케이션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인천항에서 배를 19시간이나 타고 중국 단둥항에 도착한 뒤 다시 차량으로 수십 시간을 이동하는 등 한정된 시간 안에 이동해야 할 거리가 너무 길어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해외라 촬영 협조도 쉽지 않았다. 국내 촬영에 비해 동행 스태프의 수도 적어 한 사람이 두세 사람 몫을 해야 해 제작진 입장에선 가장 힘든 촬영이었다”고 설명한다.
▲ 촬영준비를 하고 있는 제작진. |
각종 게임에서 ‘심판’으로 출연하며 ‘스타 스태프’의 반열에 오른 권기종 조명감독은 경기도 가평 칼봉산과 전남 진도 관매도를 가장 고생스러웠던 현장이라고 답했다. 칼봉산의 경우 추위가 문제였다. 지난 2010년 1월에 방영된 ‘칼봉산’ 편은 혹한기 캠프답게 무척이나 추운 날 촬영이 진행됐다. 게스트로 출연한 박찬호의 제안으로 체감온도 영하 20도 혹한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칼봉산 계곡에 맨몸으로 입수했다. 46.9%(TNS 미디어코리아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만큼 힘겨운 촬영이었다. 권 감독은 “‘1박2일’을 촬영하며 가장 추웠던 현장이 바로 칼봉산”이라 회상한다.
지난 2011년 6월에 방영된 관매도 편은 장비 운반이 고난이었다. 관매도는 대중교통수단이 없어 도보로 여행해야 하는 곳이었다. 더구나 촬영 당시 관매도에선 톳 작업이 한창이라 자동차조차 다니기 힘겨운 상황이라 멤버와 스태프가 직접 촬영에 쓰일 소품과 장비를 운반해야 했다. “종종 현지 사정으로 인해 장비를 베이스캠프까지 직접 들고 옮겨야 하는데 스태프 입장에선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라는 권 감독은 “두세 번가량 장비를 옮겼던 것 같은데 특히 관매도 촬영 당시가 가장 고생스러웠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1박2일’의 수장인 나영석 PD 역시 관매도를 가장 고생한 촬영현장 가운데 하나로 손꼽았다. 특히 그날은 멤버들이 밤샘 촬영을 해 스태프 역시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엔 해가 뜰 즈음에는 너무 힘들어 정신이 혼미해졌을 정도라고.
힘겨웠던 현장에 대한 스태프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나 PD 역시 백두산과 독도를 가장 먼저 언급했고 그 다음으로 칼봉산과 관매도를 언급했다. 나 PD는 이외에도 전남 여수 거문도 편과 강원 인제 아침가리 편을 힘겨웠던 촬영으로 손꼽았다.
2009년 11월에 방영된 거문도 편 역시 장비가 문제였다. 나 PD는 “거문도 정상에 위치한 등대에서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육로가 없어 스태프들이 장비를 이고지고 이동하느라 정말 고생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혹한기 캠프는 멤버들은 물론 스태프에게도 힘겨운 촬영이다. 특히 2009년 12월에 방영된 인제 아침가리에서의 혹한기 대비 캠프는 기본 옵션인 추위에 폭설이라는 추가 옵션이 더해졌다. “그날 밤에 눈이 정말 많이 와 아침엔 베이스캠프가 눈으로 고립됐다”는 나 PD는 “결국 장비를 포기하고 차량 대신 걸어서 하산해야 했다. 폭설로 고립된 길을 뚫고 하산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장비 회수는 더욱 힘겨웠다. 눈을 치우고 도로가 정비돼 장비를 모두 가져올 때까지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한다.
▲ ‘1박2일’의 밥차 아줌마 우연단 씨 부부. |
‘1박2일’ 시즌1은 2월 말 종영한다. 현재 출연 중인 다섯 멤버들은 ‘1박2일’ 시즌2에 합류하는 이들과 떠나는 이들로 나뉠 전망이다. 스태프들 역시 비슷하다. 우선 나영석 PD와 이우정 메인작가 등 수뇌부는 ‘1박2일’을 떠난다. ‘막내작가’로 유명했던 김대주 작가 역시 이우정 작가와 함께 tvN <더 로맨틱>에 합류한다. 역시 ‘1박2일’ 출신인 이명한 PD와 유학찬 PD까지 가세한 <더 로맨틱>엔 이승기가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작가와 함께 메인작가로 활동했던 최재영 작가가 시즌2의 메인작가로 활약한다. 강찬희 카메라 감독, 권기종 조명감독 등도 시즌2에 모두 합류한다. 권 감독은 “함께 일해 온 스태프는 대부분 시즌2에 그대로 합류하고 밥차 아주머니도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묵찌빠’의 달인으로 유명해진 지상렬 카메라 감독은 시즌2 스태프에 합류하지 않는다. “사실 지 감독은 고깃집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1박2일’을 떠났다”는 강 감독은 “KBS 2년 후배라 급할 때 도움을 청하면 한두 번씩 촬영을 도와주곤 했는데 ‘묵찌빠’ 등 게임을 하는 장면이 필요할 땐 스태프가 아닌 출연자 개념으로 촬영장에 오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시즌2에서도 종종 촬영에 합류할 수도 있지만 요즘 고깃집 때문에 바빠서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강호동 없으니 더 재밌다” 이건 무슨 소리?
상상도 못할 줄 알았는데…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의 2월 종영은 사실 강호동의 하차 논란 때문이었다.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던 터라 제작진은 종영 시점을 2012년 2월말로 정한 뒤 강호동에게 종영 때까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강호등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강호동은 탈세 의혹에 휘말려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면서 결국 ‘1박2일’을 떠났다. 강호동은 떠났지만 다섯 명의 멤버는 꿋꿋이 ‘1박2일’을 꾸려나갔다.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에서 ‘강호동 없어도 1박2일은 충분히 재밌다’는 쪽으로 변화했다. 오히려 강호동이 하차한 뒤 ‘1박2일이 더 재밌어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시청률에서도 강호동 하차 효과는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월평균 시청률(TNS 미디어코리아 기준)을 살펴보면 지난 6월 19.9%에서 7월 18.5%, 8월 17.7%, 9월 17.5%로 거듭된 하락세를 보였다. 강호동의 하차 시점은 9월말이었다. 강호동이 하차한 뒤의 시청률 추이는 예상을 깨고 상승세였다. 10월 18.2%를 시작으로 11월 18.8%, 12월 19.7%, 1월 19.4%로 이어졌다. 시청률 변화 추이만 놓고 보면 강호동의 하차는 악재가 아닌 시청률 반등을 위한 비장의 카드가 된 셈이다.
그렇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강호동의 공백이 상당히 크다고 얘기한다. 늘 현장의 중심이 돼 매끄러운 촬영을 주도해온 점, 스태프들에게도 먼저 인간적으로 다가와 멤버들과 스태프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낸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강호동을 절실히 그리워하는 스태프들이 많았다. 이제 시즌2로 넘어가는 ‘1박2일’에선 누가 강호동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그 후보군으로는 김승우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