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남서쪽으로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섬 덕적도. 인구 1300여 명 남짓의 조용하던 이 섬이 어느 날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학생만 있던 교실에 느닷없이 남학생들이 등장하고 모래바람만 날리던 운동장엔 밤늦게까지 함성이 끊이질 않는다.
주민들은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덕적고를 살리기 위해 야구부를 창단했다. 그렇게 탄생한 야구부에 '기회'에 목마른 청춘들이 모여들었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각자의 절박함으로 탄생한 좌충우돌 고교야구부의 창단 첫해를 함께하며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거쳐왔던 푸른 그날, 청춘. 그 열정과 혼돈의 한 때가 무슨 의미였나를 되돌아본다.
1980년 개교한 덕적도의 유일한 고등학교 덕적고. 전교생은 14명, 그중 신입생은 단 1명(2021년 기준)이다. 이대로라면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떻게 하면 죽어가는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방법이 바로 '야구부 창단'이었다. 주민들은 섬의 모래를 팔아 후원기금을 만들어 덕적고 야구부를 창단했다.
30명 남짓의 야구부에 덕적도에서 나고 자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전국각지의 야구부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출전조차 할 수 없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기회에 목말랐던 선수들은 경기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하나로 덕적도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도시 소년들에게 섬 생활은 녹록지 않다. 동네 빈집을 수리해 마련한 합숙소에서는 여덟 명이 화장실 하나를 사용해야 하고 야구장이 없어 축구장에 이동식 마운드를 설치하고 훈련한다. 야간 운동을 위해 조명이 닿는 곳을 찾아 옹기종기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섬'이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왔지만 '섬'이라 불가능한 것들이 늘어나는 매일. 그럼에도 우리는 달리고 또 달린다.
정재준 덕적고 야구부 코치는 "'섬마을 아이들, 오죽했으면 섬에 가서 야구 하겠냐. 육지에서 야구 못하니까 너희가 거기까지 흘러 들어간 거다' 그게 되게 자존심 상해요. 우리 애들이 뭐가 못났냐. 우리도 회비 내고 유니폼 다 입고 똑같이 야구 한다고 따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창단 후 첫 경기에서 3-8로 패배한 덕적고 야구부. 첫 패배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자신감도 잠시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연패 행진을 이어가면서 선수들의 사기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황금사자기 대회를 앞둔 덕적고 야구부를 응원하기 위해 나선 마을 사람들. 어른들은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하고 여학생들은 응원 피켓을 만들어 바다를 건넜다. 유례없는 함성이 쏟아지는 경기장 마운드에 선 선수들. 덕적고 야구부는 값진 1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찬란한 서해를 이불 삼아 오늘도 승리를 꿈꾸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함께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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