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은행나무, 팽나무, 탱자나무, 이팝나무, 청실배나무, 느티나무 등 나무의 사계절 변화를 초고화질 영상으로 선보인다.
700년 은행나무가 온 힘을 다해 새순을 내놓는 날의 감동, 400년 탱자나무의 씨앗이 발아하고 가시를 내놓으며 생일을 맞이하는 봄날, 400년 이팝나무와 청실배나무가 겨울을 이겨내고 하얀 꽃송이를 터트리는 힘의 원천을 보여준다.
수백년 동안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무에게 똑같은 날은 없다. 햇빛을 모으고, 바람, 습도 등을 예민하게 포착해 잎과 꽃을 내밀며 마침내 열매를 만드는 나무의 숭고한 일생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본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식물연구팀과 함께 첨단 음파 단층 장비를 활용해 나무의 내부, 생육 상태 등 나무의 내면을 살펴본다. 또 3D 레이저 스캐너 라이다(LiDAR)를 활용해 3차원 형태로 나무의 높이, 폭, 가지 기울기를 측정하고 봄날 고목이 얼마나 많은 잎과 꽃을 만들어내는지 LiDAR 영상을 통해 산출해 본다.
분석 결과 700년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가 봄날 만들어내는 새 잎의 개수는 9만 3000여 장, 350년 장성 백양사 고불매의 꽃의 개수는 1만3000여 개 였다.
천연기념물 노거수는 대부분 받침대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나이 들고, 태풍 등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는 독특한 생명시스템으로 새싹을 틔우고 씨앗을 만드는 생의 과제를 묵묵히 수행한다.
창덕궁의 최고령 750년 향나무는 속이 다 비었지만 수피 안쪽 2cm 남짓한 형성층이 살아있어 매년 새잎을 만든다. 태풍에 쓰러져 많은 가지가 잘리는 외과 수술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콩알같은 열매를 맺은 창덕궁 400년 회화나무.
수몰 위기에 처해 옮겨 심었지만 30 여년 동안 몸을 회복해 대부분의 잎, 가지, 뿌리를 회복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까지 오랜 세월 많은 시련을 겪지만 나무는 뿌리부터 30m 가지 끝 잎사귀까지 미세한 영양 공급 통로만 있으면 마침내 버티고 살아난다.
교정에 600년 느티나무가 있는 담양 한재초 아이들의 성장을 과거 영상과 오늘을 비교하며 돌아본다. 400년 탱자나무가 있는 장수황씨종택의 툇마루 아버지가 앉아있던 자리에 이젠 아들이 있다. 시간의 유한성 속에 성장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가 학교, 종택, 마을의 천연기념물 나무에 응축돼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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