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귀촌 농부 임명관 씨의 특별한 보물이 공개된다. 그의 방 한쪽 쌓여 있는 수백 개의 테이프들. 약 15년 동안 자신의 일상과 주변 자연을 직접 촬영하고 기록한 명관 씨의 보물이다.
그가 하루하루 기록하며 쌓아 올린 영상 속에는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순환, 일상의 아름다움이 켜켜이 담겨 있다. 명관 씨의 기록을 통해 우리들의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경기도 김포에서 30년간 식당을 운영했던 임명관 씨는 6년 전 전남 장성군으로 귀촌했다. 초보 농사꾼 명관 씨가 일하러 가기 전 제일 먼저 챙기는 건 카메라. 자택에 둥지를 튼 작은 새들부터 다람쥐, 수달, 고라니까지 그의 카메라 앞에선 모두가 주인공이다.
명관 씨는 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풀밭, 작은 웅덩이, 집 앞 정원에도 비밀스럽고도 치열한 자연의 드라마가 있다는걸. 그가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촬영 테이프는 무려 400~500여 개에 달한다.
언제나 촬영 소재가 넘쳐 정작 농사지을 시간이 없다는 초보 농사꾼 명관 씨. 그의 일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공존을 들여다본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 벌레를 발견하면 그는 어미 딱새를 기다린다. 7마리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하던 어미 딱새는 그가 잡아 놓은 벌레를 물고 날아가 새끼에게 먹인다.
그에게 손주와 같았던 7마리 어린 딱새들은 모두 건강하게 자라 너른 하늘로 날아갔다. 이외에도 거미줄을 치지 않고 개구리를 잡아먹는 '황닷거미'의 사냥 실력과 양파 낚싯대로 여치를 잡는 명관 씨의 낚시 실력까지 초보 농부가 농촌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들과 경이로운 자연의 변화들이 카메라에 담겨있다.
명감독의 곁에는 훌륭한 조력자가 있는 법. 명관 씨 곁에는 아내 김금순 씨가 있다. 때로는 주인공이 되어주고 때로는 응원군이 되어준 김 여사. 명관 씨가 4K 카메라 5대, HD 카메라 3대, 무려 총 8대의 카메라를 구입할 때도 묵묵히 곁에서 응원해줬다. 명관 씨는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한 아내가 자신을 ‘감독님’으로 만들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실 명관 씨가 카메라를 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명의 손주를 담을 때 셔터를 누르는 그의 손엔 애정이 가득 묻어있다. 명관 씨는 훗날 손주들이 할아버지의 영상을 자료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더 소중하게 모아두고 있다는데 가족들과 함께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명관 씨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점차 희미해져 가는 가족의 의미를 전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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