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9월 거문도 간첩 침투 사건으로 한 집안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남파 간첩은 거문도의 삼촌 집을 찾은 직후 사살되었다. 남파 간첩의 방문을 받아들였던 삼촌 일가족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고문을 받았고 감옥에 갔고 세상에서 지워졌다.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막내딸 김영희는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유영수를 만났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모국 유학을 선택한 유영수 역시 간첩죄로 복역 중이었다.
본인 때문에 동생과 친구들마저 구속되었기에 유영수는 수감 기간 내내 후회하고 자책했다. 긴 수감생활이 끝난 후 유영수는 김영희를 찾아가 청혼했다. 아버지의 나라에서 같은 분단의 고통을 겪은 여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두 사람은 오사카에서 한식당을 열어 아들과 딸을 키웠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재심 변호를 위해 일본을 찾은 변호사들에게 유영수는 본인의 사건보다 처가의 재심을 간곡히 부탁했다.
반세기 만에 거문도 사건이 다시 법정에 섰다. 재판의 전개와 함께 거문도 사건이 만들었던 세상에서 가장 슬픈 가족과 역시 거문도 사건으로 꽃피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기록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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