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북한의 천재 미드필더 박남철 선수. 연합뉴스 |
북한의 내부정보수집 및 학술연구 활동을 꾀하고 있는 대북단체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북한 내각 산하의 체육성이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로 직속 이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는 후계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정치 일선에 등장한 묘한 시기여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지게 된 것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체육성의 이관을 대내외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면상 이유는 체육사업의 효과적인 발전을 들고 있지만 그 내막에는 더 큰 이유가 숨겨져 있다.
▲ 조영숙 |
한국의 사정과 비교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그 산하의 대한체육회가 체육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과 한국의 정부조직 체계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문체부나 대한체육회가 국방부 내지는 군으로 귀속되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체육 분야가 군인화가 됐다는 의미다. 자연스럽게 체육성을 맡고 있는 박명철 체육상은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올라섰고 조선인민군 상장 칭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체육성을 이관한 이면에는 체육인재들을 유사시 현역군인으로 동원해 핵심적인 역량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체력과 정신력을 겸비하고 있는 체육인들을 활용하겠다는 그럴듯한 계획이다. 대치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사실 무시무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 사무국장은 “간단하게 생각을 해보자. 체육인재들 중에서 사격선수들을 놓고 보자. 그 같은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들을 유사시 활용 안하겠는가. 또 일부 종목선수들은 특수부대원들과 비슷한 강도의 훈련을 일상에서 받고 있다. 그러한 선수들은 별도의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있다. 유사시 별다른 훈련 없이 투입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05년에도 한국의 태권도협회에 해당하는 ‘조선태권도위원회’와 소속 사범 및 선수들을 조선인민군 535부대에 귀속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태권도위원회 소속 사범 및 선수들은 공인 2단 취득 후 근무기간을 현역 군사복무 기간으로 대체시켜주고 있다고 한다. 태권도 전공자들은 군복무를 받지 않게 된 셈이다. 전투능력이 입증된 태권도 인재들을 직속부대에 이관시킴으로서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체육성 소속 체육인들의 경우도 2009년 이관 뒤 자격 급수에 따라 군복무를 면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국사회와 북한사회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체육 분야가 통째로 군사화됐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에 대해 도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군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 사회에 걸쳐 손을 안대는 곳이 없다. 예를 들어 일반사업체인 길주의 펄프공장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조선인민군 소속으로 귀속시킨 적이 있다. 원래는 경제위원회나 경공업성이 맡았어야 하는데 군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체육성 이관 자체가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도 북한에서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체육성 소속의 체육인들은 체육성 이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체육인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도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내각은 별 볼일 없는 기관이다. 오로지 당과 군이 중시된다. 체육성이 국방위원회로 이관된 이후 체육인들에 대한 대우는 월등히 좋아졌다. 이전보다 물자공급이 원활해졌으며 은퇴 후 교육정책도 새롭게 수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기가 한층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외출병과 이야기 나누다 ‘두두두두…’
최근 북한 군 내에서 6명이 사상당하는 사상초유의 총기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NK지식인연대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강원도 회양군 강돈리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1군단 산하 62대대에서 지난 1월 23일 설연휴기간에 발생했다. 이 사고로 북한 군 3명(분대장급 1명, 일반병사 2명)이 죽고 3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발생한 한국의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연상시킨다. 사건의 범인은 상급병사 김 아무개 씨(28)다. 김 씨는 평안북도 의주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평소 우울한 성격의 소유자로 전해진다. 입대 7년차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3년간 분대장 진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사건 당일 오후 3시경 위병근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대를 지나가던 중 마을에서 외출을 마치고 돌아 온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야기 도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씨는 총기를 빼들었고 곧바로 병사들을 향해 난사했다고 한다. 총기난사 후 그는 군 내부인사의 설득으로 무기를 포기하고 자수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김 씨의 범행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제대를 앞두고 북한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입당 문제’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북한 군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놨다고 한다. 사건 직후 총정치국과 보위사령부 조사원들이 현지 파견됐으며 군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해자의 처벌과 더불어 연대처벌 수위가 어떻게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