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은 정진상 김용 유동규 순,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친분…유동규 “친형처럼 생각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폭로로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자금 의혹으로 격상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 측이 마련한 8억 47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김 부원장은 이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정진상 실장은 ‘성남 FC 후원금 50억 원 관련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이들은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 출마 후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악연이 됐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로비 의혹으로 2021년 10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대표 복심인 정진상 실장과 김용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동규야, 안 좋은 마음먹지 말고 통화하자”며 설득하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 3인방 중 1인자로 꼽히는 정 실장은 이 후보의 정치적 성장기를 함께한 27년 정치적 동지다. 경기도 성남에서 개업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 대표는 1995년 시민단체 ‘성남시민모임’에서 정 실장을 만났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정 실장은 이 대표 사무실에서 사무장을 지냈으며, 2006년 성남시장 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이 대표가 낙선할 당시에도 곁을 지켰다.
이 대표가 정치적 날개를 단 후에도 정 실장의 '문고리' 역할은 계속됐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나갈 당시에는 선거대책본부 참모를,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에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이 대표를 보좌했다. 2018년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후에는 비서실 정책실장직을 맡았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 성남시장 당선 전이다. 당시 김 부원장은 야탑3동 매화마을 2단지 추진위원장, 유 전 본부장은 분당 정자2동 한솔아파트 5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다. 성남시장 후보로 나섰던 이 대표는 성남시의 오래된 지역 숙환인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고, 재개발 추진 조합장이었던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정자2동, 야탑3동)에서 약진해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이 대표 당선 후 김용 부원장은 성남시의원으로 이 대표의 대리인 역할을,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의 기획본부장으로 성남시 개발을 도맡았다. 김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시설관리공단을 성남 도시개발공사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2014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했을 때 김 부원장 역시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는 경기도 대변인으로 이 대표를 돕기도 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 생각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경기 분당갑 지역에 나설 당시 이 대표는 출판기념회에서 “김용은 제 분신”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승승장구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유 전 본부장은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 본부장을 맡았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3대 공약(△대장동 개발 △위례 신도시 개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해냈다. 이후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 유 본부장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들은 대장동 게이트 이전부터 긴밀히 만남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역시 2021년 4월 유 전 본부장이 운영한 유원홀딩스에서 김 부원장을 목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과 술을 100번, 1000번 마셨다”며 “정 실장이 술값 한 번 낸 적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지난해 기자 간담회에서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면서도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깐부'였던 이들의 진실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 역시 조작됐을 것으로 의심하는 모습이다. 유 전 본부장 폭로에 대해선 검찰이 회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은 “돈을 요구해 실컷 받아쓸 때는 언제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유령을 만났나”라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김문기를 모른다고 말한 이 대표 발언이 유 전 본부장 변심의 계기가 됐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석방된 후인 10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를 몰라? (나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며 이 대표를 두고 “천천히 말려죽일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은 2021년 12월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삼국지의 장비를 자신에 비유하면서 “의리하면 장비 아니겠느냐.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었구나’라고 깨달았다”면서 “(그들이) 진짜 형들인 줄 생각했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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