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 전북 현대. 모기업인 현대차 홍보 효과도 고려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
#전력 극대화 & 홍보 효과까지
프로 스포츠의 또 다른 존재 목적 중 하나는 바로 기업 홍보다. 자금줄을 쥐고 있는 모그룹을 등에 업은 기업형 구단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 시즌 K리그를 평정했던 전북 현대가 대표적인 예다. 전북은 마케팅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축구 마케팅에 기업 홍보까지 두루 고려해야 한다. 전북은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모기업 현대자동차가 상파울루에 중남미 지역 최초로 완성 차량 공장을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전북 이철근 단장이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것은 ‘축구 마케팅’이다. 거의 하루 가까이 비행기에서 보내야 하는 먼 곳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사실 이곳에는 기분 좋은 추억도 있다. 브라질을 찾을 때마다 전북은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별 볼일 없는 팀들 중 하나였던 전북은 2006년 초 상파울루에 처음 캠프를 차렸다. 혹독한 담금질 끝에 전북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그때부터 전북이란 이름이 K리그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됐고, 지금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흐뭇한 기억은 작년에도 되풀이됐다. 역시 상파울루에 캠프를 차렸던 전북은 ‘삼바 축구’로 유명한 브라질의 기운을 받아 또 한번 K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실점을 해도 물러섬이 없는 공격 일변도의 강한 축구를 펼쳐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축구계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기업 이미지를 톡톡히 올린 것은 물론이고, 전지훈련의 효과까지 극대화시킨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하겠다.
포항 스틸러스도 이러한 점에서는 비슷하다. 작년 정규리그 2위에 그치며 2% 아쉬움을 맛봤던 포항은 역시 모기업 포스코가 플랜팅 사업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동남아 지역을 전지훈련 장소로 택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 비록 2월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단판승부로 예정된 촌부리(태국)와의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탓에 지난 1월 중순에 조금 서둘러 이곳을 찾았지만 역시 효과는 있었다. 약 열흘간의 체류 기간 중 포항 선수단은 유소년 축구 클리닉과 친선경기를 병행하면서 일석이조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꼭 기업형 구단들만 이미지 제고에 나선 건 아니었다. 시(도)민구단의 대부 격이라 할 수 있는 대전 시티즌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 후반이 한창일 무렵에 일찌감치 동계훈련지로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결정한 상태였다. 역시 만만치 않은 이동 스케줄이 걱정스러웠지만 이곳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대전시와 과달라하라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금으로 항상 어려움을 겪는 대전 구단은 과달라하라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전지훈련 기간 체류비용과 숙박 등 일체를 부담받기로 한 것이다. 과달라하라는 단 한 가지 요구만 했다고 알려진다. 바로 멕시코 프로리그 과달라하라 구단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영입해달라는 것. 과달라하라 역시 머나먼 동아시아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 대구FC와 꾸리치바FC 선수들이 경기 전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대구FC |
인천 유나이티드는 오래전부터 괌을 즐겨 찾았다. 조금은 무더운 기후로 인해 부상 걱정을 덜 수 있고,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이 괌을 대거 찾았기에 연습경기 상대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인연을 꽤 쌓아온 덕택일까. 인천 구단은 괌을 찾은 수많은 클럽들 중에서도 쉽게 훈련장 및 특급 숙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터줏대감(?)’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괌에는 FC서울과 수원 삼성, 울산 현대 등도 함께 캠프를 마련했지만 동일한 리조트에 머무는 등 인천에 비해 이익을 많이 얻지는 못했다.
대구FC는 사령탑 효과를 제대로 느꼈다. 새로이 벤치에 앉게 된 브라질 국적의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은 브라질에서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등을 코치 자격으로 지도한 경험이 있어 브라질 현지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브라질 축구 전통의 강호인 꾸리치바FC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 훈련장 제공은 당연지사. 역시 페레이라 감독이 이곳에서 코치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서였다.
이밖에 대부분 클럽들은 익숙한 장소를 전지훈련지로 택했다. 서울은 이미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일본 가고시마를 2차 훈련지로 택했고, 울산도 역시 가고시마를 낙점했다. 성남 일화 역시 같은 곳을 택했으니 ‘적과의 동침’이 괌에 이어 또 다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었다.
전남 드래곤즈는 구마모토를, 광주FC와 강원FC는 중국 쿤밍에 여장을 풀었다. 역시 다녀왔던 장소여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수원과 제주 유나이티드는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상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