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또 그 '영웅'을 만들어 가는데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선진국 사회로 돌입하던 2000년 초반 황우석이라는 공적 인물의 비상과 추락의 과정은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심리뿐만 아니라 이러한 심리에 공생하는 미디어의 본질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과학입국의 기치 아래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달의 역사. 새로운 대한민국 21세기의 시작을 장식한 '황우석 스캔들'을 자료화면을 통해 재구성하여 현재의 거울로 삼는다.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부터 전 세계 유전공학계의 복제 열풍이 불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에도 급부상한 인물이 있었다. 1999년 복제소 영롱이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황우석. 그는 수의학계에서 유전형질 개선과 동물 복제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때마침 참여정부의 과학기술 혁신의지와 맞물려 막대한 지원을 받았고 그에 화답하듯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성과들을 쏟아내며 의학혁명을 예고한다. 또한 미국, 영국 등 세계 유수 과학자들이 앞장 서 대한민국에 줄기세포허브를 설치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한다. 드디어 한국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상이었다.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애초에 없었다. 황우석. 그는 어떻게 거짓된 연구 성과로 제1호 최고과학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가. 정부와 언론, 과학계 모두가 합작하여 진행된 황우석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 KBS 아카이브에 남아있는 모든 기록을 추적한다.
부지런히 노력한 끝에 후진국에서 중진국의 위치에 선 대한민국. 그러나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과학과 기술이 있어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때 자주 강조된 것은 '과학입국'으로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과학은 곧 국가였다. 과학발전은 곧 경제성장을 의미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강력하게 누적된 '결과지상주의'와 '애국주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선진국 대열에 끼고 싶은 조급증을 낳았다.
오랜 시간 KBS는 방송을 통해 선진국이 되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섰다. 전 세계를 누비며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들에게 질문을 하고 저명한 미래학자는 한국으로 초청했다.
박정희 시대부터 만들어진 결과지상주의, 애국주의는 어떻게 황우석 사태로 이어져 기어이 폭발하게 되는가. 시대의 성장통과 놓쳐버리게 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모던코리아 열세 번째 에피소드 '멋진 신세계'는 11월 3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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