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공기 좋은 경기도 양평군에 특별한 명패가 달린 전원주택 한 채가 있다. 명패에 적힌 글귀는 '헌혈견들의 집'이다. 총 여섯 마리 헌혈견과 그 부견까지 총 일곱 마리 대형견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고유진(53), 민성환(52) 부부. 이 가족은 5년 동안 총 17번의 헌혈로 소형견 60여 마리의 생명을 구했다.
아빠 '진돌이'와 무지개다리를 건넌 엄마 '까미' 사이에서 태어난 오 남매. 장군, 행복, 사랑, 이억, 럭키, 거기에 파양을 당하고 이 집에 들어온 막둥이 '강산이'까지 나이가 많은 진돌이를 제외하면 모두 한 번 이상의 헌혈 경험이 있다.
그런 녀석들이 고맙고 대견해서 뭐든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부부. 건축가인 남편 성환 씨는 사람 집 크기만 한 '복층 개집'을 지어줬고 아내 유진 씨는 각각의 체질과 입맛에 따른 '화식 맞춤 식단'으로 꼼꼼히 건강을 살펴준다. 뭘 해도 사랑스러운 복덩이들이지만 부부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바로 헌혈견의 상징 '노란 스카프'를 목에 매고 있을 때다.
부부가 반려견 헌혈에 대해 알게 된 건 6년 전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 '백곰이'가 췌장염으로 긴급 수혈이 필요했을 때였다. 담당 수의사의 권유로 장군이가 백곰이에게 헌혈을 해줬고 그 이후로 백곰이는 3년 동안 건강하게 살았단다. 그 일을 계기로 헌혈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관련 협회까지 가입하며 정기적인 헌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
"내 개의 생명이 소중하면 다른 개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이 부부의 신조. 국내에도 체계적인 반려견 헌혈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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