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관 지사가 조만간에 대권도전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3년 참여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왼쪽)과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사실 김 지사의 대선 레이스 참여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물밑에서 거론돼 왔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9월 ‘문재인은 바람, 김두관이 진짜’라는 제목으로 그의 급부상을 예상한 바 있다. 그 뒤에도 김 지사는 친분이 깊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인사 등을 두루 접촉하면서 대권도전의 시기를 조율해왔다. 그리고 수개월간의 탐색전 끝에 김 지사는 정공법을 택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뒤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경우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최소한 총선 전에 대권도전 판에 이름을 올려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전국구 대권주자로 올라선 김두관의 대장정, 그 첫 서막을 따라가 봤다.
“대선 출마하나?”(고성국 정치평론가)
“대선 나가는데 밤에 ‘찌라시 언론’(<주간조선>을 지칭한 듯) 만나 출마선언 하겠나. 여기 있는 동지들과 의논 좀 해본 뒤 결정하겠다.”(김두관 경남도지사)
“그렇다면 여기 있는 동지들에게 물어보겠다. 김 지사 출마에 찬성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성국)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의 600석을 꽉 메운 사람들 대부분 손을 듦.
“김 지사 대선 출마 절대 안 된다는 분은?”
-손든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대신 박수가 쏟아짐(물론 김 지사의 대권캠프격인 지방분권연구소 행사였으므로).
“그렇다면 결론이 났네요^^”(고성국)
“고 박사가 유도해서 그런 것이다. 개별적으로 물어보면 다를 것이다.”(김두관)
지난 2월 23일 오후 8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자치분권연구소의 제4대 이사장 이·취임식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이 참여한 정치콘서트가 열렸다. 요즘 시사평론계의 종결자로 떠오르고 있는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정치콘서트가 시작되자마자 김 지사에게 대선참여 여부 등을 도발적으로 물었다. 김 지사는 짐짓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며 이전보다 진일보한 대권도전 의지를 보여주었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 이날 행사에서 김 지사는 사실상 대권도전의 활 시위를 당긴 셈이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초 중국 방문 전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를 만나 대권도전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등 결단이 임박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주간조선> 인터뷰 사건이 터지기 직전 김 지사와 만난 야권 인사 A 씨는 이에 대해 “김 지사는 ‘형식상 (대권 도전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되면 바로 뛰어들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치행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회 정치콘서트에서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는 정도로 말을 아낀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대선 도전의 스타트 라인을 박차고 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 지사가 오랫동안 대권도전에 대해 주저했던 부분은 바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대 도민 약속 때문이다. 선거 유세 당시 그는 “임기동안 무소속 도지사로 도정에 전념하겠다”라고 공개선언을 한 바 있다. 김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지사직의 중간사퇴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정무적 갈등이 있었다. 특히 도민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김 지사가 앞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여서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면 경남 도민들도 자연스럽게 동의해줄 것이라는 참모들의 요구에, 김 지사도 수긍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 대권 도전의 성패 여부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먼저 대 도민 약속 파기에 대한 납득할 만한 명분을 찾아내고 그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두 번째는 김 지사의 대권 플랜이 문재인 변수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김 지사와 친분이 깊은 앞서의 야권 관계자 A 씨는 이에 대해 “김 지사 참모들은 총선 전에 대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미리 정리해놓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판단했다. 총선에서 문재인 카드가 검증이 되면 그대로 갈 수밖에 없고, 혹시 문 이사장이 낙선하게 되는 등 비상상황이 온 뒤 출마의사를 밝히면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으니 굳이 (대권도전 의사를) 총선 뒤로 미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지사의 기본 스탠스는 문 이사장이 잘 치고 나가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될 경우 그도 추격할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용히 있던 김 지사가 이번에 문재인 이사장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함으로써 ‘선전포고를 했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고성국 박사는 “총선을 앞두고 타이밍이 좋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어차피 대권도전에 나설 것이면 문재인도 두려워하지 말고 김 지사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김 지사의 대권 로드맵은 투 트랙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일단 문 이사장이 총선에서 치고나갈 수 있도록 서포터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김 지사도 전국적으로 대권행보의 보폭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김두관의 대권 경쟁이 자칫 내부 권력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김 지사도 국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고성국 박사는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지금까지 산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재밌게 논 격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김 지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적극 알려야 한다. 그런 작업들을 통해 참모들이 다양한 상황을 극복해내는 정무적 역량을 키우고, 김 지사 또한 대권주자로서 실제 경험을 쌓아가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이날 정치콘서트에서 국가균형 발전을 외치던 지방분권 전도사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사회균형발전(양극화 문제)과 남북균형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 3균주의’를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남북문제에 대해 최근 들어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스터디’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지방’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멘토들로부터 대권 도전에 대한 조언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상당히 긴밀한 멘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비대위원과도 잦은 교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김 지사의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문재인 이사장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중량감이 없지 않느냐는 일부의 지적이 그것. 현재의 지지율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이에 대해 “문재인 이사장의 최대 결점은 노무현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면 고비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기가 빨리 올수록 김두관 지사에게도 문 이사장이 상승했던 것과 같은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때 ‘문재인 하락과 김두관 상승’의 추세에 들어간다면 역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대권주자의 스토리 면에서도 김 지사가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성국 정치평론가도 지난 22일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 씨의 비리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하며 이는 대선 가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중략) 올해 대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에 맞설 야권 후보로는 김두관 지사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략) 두 사람 모두 대중적인 인기나 영남표 흡입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문 이사장은 김 지사에 비해 대중 정치인의 길을 걸은 적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대권 경쟁 드라마가 박근혜 여인천하로 밋밋한 전개를 보이는 상황에서, 야권은 신인배우 김두관이 두 주연배우의 아성을 위협하는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야권의 대권 3국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형제들은 끈끈했다
지난 2월 23일 열린 정치콘서트에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동생 김두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경기 고양 일산서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도 형의 ‘장도’를 축하하기 위해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 고성국 박사는 그를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은 ‘형제가 몇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김 전 총장이 대답을 했는데 김 지사의 형제 이력이 작은 화제를 모았다.
김 지사는 6남매 중 다섯째이고 김 전 총장은 막내로 태어났다. 아들만 다섯이고 딸은 한 명. 큰형은 독일로 가 광부로 일하며 돈을 번 뒤 귀국해 목사직에 있다가 지금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형은 한 회사의 경비원으로 일한다고. 셋째 형은 일반 노동자인데 위의 형 모두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장(고려대 행정학과)과 김 지사(동아대 정치외교학과)만 형들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쳤다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중간의 누님은 서울 대림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고 있다고.
김 지사는 현재 고향에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큰형이 부모님을 모시며 물려받은 집을 둘째 형에게 넘겼고, 그것을 다시 김 지사가 4~5년 전에 물려받았다고 한다. 30년이나 된 ‘고택’인데 둘째 형에게 물려받을 때 3000만 원가량 되었다고 한다. 김 지사는 “내 지위가 올라갔는데도 재테크 재주가 없어서 군수 재직할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형편이다. 몇 년 전 둘째 형한테 집을 물려받을 때 ‘이제 나도 가구주야’ 하며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