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템플스테이가 시작된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템플스테이는 내국인들에겐 치유와 위안을 선사하는 명상여행의 상징으로 세계인에겐 한국을 알리는 대표적 전통문화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해왔다.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은 누구일까, 사람들은 하룻밤 산사에서 쉬어가며 무엇을 얻어갔을까.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 안 스님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템플스테이를 둘러싸고 찾아오는 손님과 준비하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사 공간이 주는 위로와 휴식의 의미를 짚어본다.
통도사 낙산사 봉선사 화엄사 등 전국의 천년고찰들을 돌며 촬영한 산문 안의 일상이 고스란히 소개된다.
사찰에 들어가 정식 스님이 되기까지는 길고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 학승들은 새벽부터 촘촘하게 짜인 일정에 따라 예불과 울력, 공부 등 바쁜 생활을 한다. 성제스님과 명전스님은 삼시세끼 공양간에서 장작불로 밥을 짓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거대한 가마솥과 씨름하지만 공양간은 고마운 수행처라고 말한다. 통도사 막내 14살 법능 스님은 새벽부터 종 치랴 풀 뽑으랴 잠이 영 부족하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졸다가 혼나기 일쑤지만 그 모든 일이 수행의 과정임을 잘 알고 있다.
업무에 치어 중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간호사 생활을 포기하려는 명진씨. 딸의 커리어가 아까워 휴직을 반대하는 어머니. 갈등을 빚던 모녀가 통도사 템플스테이에서 눈물의 화해를 한다. 어머니의 마음을 돌린 건 다 괜찮다는 스님의 말씀 그리고 엄마의 그늘에서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딸의 고백이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알리미들이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생전처음 낯선 문화를 접한 이들은 sns에 템플스테이 상황을 올리며 큰 관심을 보인다.
불가리아에서 온 크리스는 머리를 땅에 대고 하는 절 법이나 양반다리로 앉아 연등을 만드는 일이 너무 힘들다. 조국이 혼란한 상황에 처한 이란 여성 헤니는 숲속 명상과 타종 체험을 통해 큰 위로를 받는다. 국적은 달라도 템플스테이가 주는 위로와 휴식은 누구에게나 감동이다.
28년차 배우 정찬, 코로나19로 인한 제작환경 변화에서 중년배우들이 설 자리는 좁기만 하다. 출연제의가 끊어지고 모든 상황이 바닥으로 떨어진 끝에 모든 걸 포기했던 정찬. 그가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모두 힘든 시간을 겪고 있었다. 11년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퇴직통보를 받은 친구, 30대가 되기 전에 일에 치여 포기를 고민하는 친구 등. 그러나 다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고 있다. 정찬은 젊은 친구들과 함께 힘을 내기로 한다.
60대 이승현씨는 치매 부모의 뒷바라지를 두말없이 해준 아내에게 뜻깊은 하루를 선물한다. 그의 아내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와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시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친부모처럼 정성으로 모셨다.
죽을 때까지 감사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한 번도 직접 말해 보지 못한 이승현 씨. 템플스테이 모닥불 앞에서 뒤늦은 고백을 한다. 부부의 템플스테이는 훈훈하기만 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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