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대표가 지난 1월 17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예방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이런 총선 판세 급변은 ‘정치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여론조사 기관 전문가 3명과, 정치평론가 두 사람의 의견을 토대로 총선 의석수를 미리 예측해 보았다. 그 결과 민주통합당이 초박빙으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는 선거 초반 새누리당 참패-민주통합당 압도 형국에서 민주통합당 추격-새누리당 수성의 새 국면으로 역전되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인의 예측을 참고로 해 산출한 평균 의석수는 민주통합당이 131석, 새누리당이 130석이었다. 단순한 산술적 평균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집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판세를 점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11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각 정당의 의석수를 미리 점검해봤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이고 아직 여야의 ‘선수’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의석수 예측은 여론 흐름을 보는 참고자료 정도의 효용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평론가 사이의 예측이 크게 달라 흥미를 끈다. 주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여론을 분석하는 여론조사 기관 전문가 2명은 민주통합당의 압도적 내지는 박빙 우세를 점쳤고, 여론의 흐름과 정치적 돌발변수를 중요시하는 정치평론가 2명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는 125-125로 무승부를 예상했지만 향후 민주통합당에 대한 악재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새누리당의 근소한 우세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이렇게 전문가 사이에서도 극단적으로 예측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은 여야가 총선 한 달여를 앞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는 뜻인 동시에 이번 총선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배 본부장은 이번 총선에 대해 “현재의 정치상황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뒤 17대 총선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등 친노그룹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고, PK 홀대론도 대두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야권 성향이 강화되고 새누리당의 인물이 부재한 것도 야권 우세의 근거가 된다”라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또한 김두관 경남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으로 ‘친노 성향 낙동강 벨트’가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여야가 넘어야 할 변수도 많다. 여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 대통령 측근 비리, 경기의 지속적 불안, 공천 후유증 등을 극복해야만 한다고 배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리고 야당은 한미FTA 폐기 후폭풍, 박근혜 위원장의 영남충청지역 영향력 극대화, 후보 단일화 문제를 뛰어넘어야 승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배 본부장처럼 민주통합당의 일방적 우세를 예상하지만 않았지만 135~140석 정도로 125~130석의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윤 실장도 새누리당이 서울 48석 가운데 14~19석으로 참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기관 모두 새누리당이 서울에서는 확실히 패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실장은 이에 대해 “과거 총선에서 서울의 경우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총선도 정권 심판 정서가 강할 수밖에 없는 정권 말기에 치러지기 때문에 야당이 선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심판의 직접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거가 다가오더라도 현재보다는 심판론이 더 강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의 경우도 민주통합당이 2~4석 차지할 것으로 예상, ‘친노그룹의 약진’을 점치고 있다.
윤 실장은 향후 남은 변수의 핵심으로 “야권과 여권의 선거연대 성사 여부”를 꼽았다. 특히 야권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막판까지 연대에 대한 벼랑 끝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양측 입장차가 너무 크다. 통합진보당 측은 수도권 10곳과 호남 6곳, 강원 대전 충남 충북에서 각각 1곳을 골자로 하는 ‘10+10’안을 요구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4(수도권)+1(비수도권-충남 예산.홍성)안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노원병(노회찬) 관악을(이정희) 은평을(천호선) 고양시 덕양갑(심상정) 이외의 전략공천은 불가능하다며 통합진보당 측의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시점(3월 26일)에 맞춰 발생할 수 있는 핵·원전 이슈들로 인한 진보와 보수의 대립도 주목해야할 변수로 꼽았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추가 비리 발생 여부도 중요한 이슈로 내걸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들과 달리 정치 평론가들은 민주통합당이 지금까지의 우세를 지켜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먼저 고성국 박사는 새누리당이 135~140석으로 1당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은 125~130석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이번 총선 의석수 예측의 핵심 포인트로 수도권의 승부를 꼽았다. 고 박사는 이에 대해 “서울경기인천의 111석 가운데 50석 정도가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득표율이 5%포인트 이내에서 승패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역의 선거 결과가 전체 여야의 승패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 박사는 또한 대구 <매일신문>에서의 강연에서도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지만 선거구별로 차근차근 분석해 보면 긍정적인 면이 많다.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 있는 기준인 135석 이상은 무난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특히 고 박사는 “부산경남에서 문재인-문성근 바람이 분다고 하지만 이들 외에는 우세한 지역이 별로 없다. 이 지역에서 7~8석을 내준다고 하더라도 충청권에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고 절대 열세로 알려진 수도권에도 새누리당 텃밭이 곳곳에 ‘알박기’처럼 박혀 있어 최소한 30석 이상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승부를 6 대 4 구도(민주통합당 60%, 새누리당 40%)로 봤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10석 이상을 기대하는 부산·경남·울산지역도 7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을 ‘박근혜 새누리당 쇄신론’과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 대결로 규정했다.
전 대표는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위원장은 당명 변경, 인적 쇄신 등을 내세우며 정권심판론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반면 민주통합당은 개혁공천 실패에다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갇혀 총선 주도권을 상실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통합당의 인적 쇄신 실패가 수도권 선거는 물론 충청과 영남지역 총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 대표의 설명. 전 대표는 또 “거꾸로 돌릴 정도의 결단이 없으면 민주통합당 승리는 어렵고, 남은 공천 과정에서도 질서 있는 정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의 다른 한 변수로 이명박 대통령을 꼽았다. 이 대통령의 행마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에 ‘냉온탕 효과’를 보여 총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최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FTA 논쟁을 증폭시킬 때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명숙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등 야당 지도자들을 직접 공격해 오히려 정권심판론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다”며 “FTA 선명성 논쟁도 이 대통령이 나서면 민주통합당에 호재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또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민심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청와대발 정치의 당위성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읽힌다”며 “‘대통령이 민주통합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이라는 세간의 비아냥거림을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수도권 박빙지역 승부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총선 의석수의 전문가 예측이 2:2로 팽팽한 가운데 마지막 (주)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의 안부근 소장은 여야의 의석수 예측을 125:125 무승부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민주통합당에 악재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새누리당의 박빙우세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안 소장은 이에 대해 “선거 초반에는 일대일 양당 체제로 보고 여야 140:160으로 민주통합당의 우세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공천 논란 등이 겹치며 125:125로 여야 판세가 박빙으로 돌아섰다. 여기의 최대 변수는 단일화 여부와 무소속의 약진 여부다. 야권이 어려움을 뚫고 후보 단일화를 성공시킬 경우 판세가 그쪽에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이 20여석으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 분란이 민주통합당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FTA 변수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 등이 이미 여론조사에 반영돼 있고 계파 간 공천 갈등이 향후 더 증폭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등 악재가 더 나올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초박빙 우세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