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의 원내 제1당 목표가 흔들린다. ‘누가 봐도 이길 총선’을 공천 실패와 전략 부재로 내놓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사진은 최고위 모습.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민주통합당의 급추락 움직임은 공천실패에 의한 자업자득 성격이 짙다. 민주통합당 한 당직자는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이 2등으로 떨어졌고, 야권 통합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정치세력들이 모두 구태공천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며 “진보개혁 진영에서 낙선운동까지 하겠다는 말이 나온 것만 봐도 사실상 원내 제1당은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법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새누리당과 혁신경쟁에 처지고 야권연대를 방기한다면 주권자는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기득권 공천이 당지지도 하락의 주범이라는 설명이다.
3월 1일 현재까지 당무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도 사퇴카드를 일단 접었으나, 당 지도부에 대한 직격탄을 이어가고 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라. 이해관계를 떠나 정치를 하라”는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강 위원장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여성 및 현역의원 심사위원들이 공천 카르텔을 형성, 개혁공천보다는 다수결에 의한 계파 밀어주기 행태를 보이자 이를 참지 못하고 ‘반기’를 들었다는 뒷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누더기 공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구 246석 중 절반의 공천성적이 ‘기득권 공천’, ‘찢어먹기 공천’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길이 없다는 것. 민주통합당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에게 ‘486 전면등장’, ‘현역중심 공천’, ‘철새 및 기소자 공천’ 등으로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상태다.
여기에 친DJ계로 분류되는 구 동교동계는 호남 소외론을 들고 나오면서 또 한 번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는 한광옥 전 대표와 공천 탈락한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등은 “철새, 부정 비리자에겐 경선기회를 주고 노장들에게는 굴욕을 안겼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평론가 서상민 박사는 이에 대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새로운 무엇으로 첫 단추를 끼워야 하는데 이미 퇴행적 방식으로 공천을 한 이상 웬만한 쇄신으로도 민심을 돌려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이 구태 공천에 가려 점점 효과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슈 선점에서도 민주통합당은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MB 정권심판론으로 승기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FTA 폐기’를 들고 나와 새누리당에 ‘FTA 선명성 논쟁’을 이슈로 던져주고 말았다. 민주통합당이 재재협상으로 발을 빼긴 했으나 여전히 새누리당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FTA 공격을 할수록 중도층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에 대해 “정권심판론으로 7대3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민주통합당이 FTA 논쟁에서 5대5 싸움을 스스로 만들어버렸다”며 “정치공학에만 능숙한 당내 인사들의 총체적인 전략부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FTA 논쟁에 대해서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김병준 전 청와대정책실장 등도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FTA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 이 시점에 폐기 얘기까지 하면 나중에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정책실장은 지난 3월 2일 한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축복도 재앙도 아닌 문제를 두고서 이쪽이냐 저쪽이냐는 논란은 정말 유치하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야권단일화 문제도 꼬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자유선진당과 선거 연대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자유선진당 연대는 비교섭단체(자유선진당) 수준이고, 민주통합당의 통합진보당 연대는 교섭단체(통합진보당) 수준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총선전략 한 담당자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선행보의 한 과정으로 연대를 인식하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연립정부를 목표로 하는 연대이기 때문에 샅바싸움이 훨씬 복잡하고 힘들다”며 “통합진보당에 대폭적인 양보를 해서라도 총선 국면을 주도해야 하지만 양보에 대한 당내 계파 간 이견을 좁히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민주통합당이 총선을 앞두고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자 당 내부에서는 총선과 대선을 분리해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20석 안팎으로 원내 제2당의 지위를 확보하고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한 번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지금이라도 자책골을 최대한 줄여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총선을 잘 마무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실책을 범해주지 않는 이상 총선에서 승리라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BN 정치아카데미 전계완 대표는 “누가 봐도 압승할 수 있는 총선을 민주통합당이 전략부재, 공천실패 등으로 원내 제1당을 놓친다면 총선 이후 현 지도부의 앞날은 예측 불허”라며 “공천이 확정된 당내 핵심 현역의원들과 486들이 자기희생적 결단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 지도부가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대세를 뒤집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진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