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통보를 받은 주성영 의원이 2월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식 신상발언 자리를 가졌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그런데 이번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알고 보니 이번에 접수된 주 의원의 성매매 의혹은 이미 지난 2009년 경찰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은 사건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이 총선 직전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이미 무혐의로 끝난 사건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은 뭔가 석연치 않다.
섹스 스캔들에 휩싸인 새누리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 2월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검찰소환에 관한 공식 신상발언 자리를 가졌다.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자신의 최근 신상에 대한 억울함과 검찰에 대한 날선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대구지검은 한 여성단체로부터 주 의원에 관한 성매매 의혹이 담긴 진정서를 접수받았다. 이후 검찰은 2월 23일 주 의원에게 전화로 진정서 접수 사실을 알리고 다음날 익일 특급우편을 통해 공식적으로 소환장을 전달했다. 소환장에 담긴 주 의원의 의혹은 지난 2009년 서울의 한 유흥업소 여성에게 돈을 주고 호텔에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었다.
주 의원은 검찰로부터 소환을 통보받은 직후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신상발언 자리에서 그는 “지역구의 한 특정후보가 ‘주 의원을 낙마시킬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을 갖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과 통화하면서 음모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며 자신의 억울함과 함께 검찰의 정치적 개입을 둘러싼 음모론을 제기했다.
실제로 검찰이 소환 통보한 주 의원의 성매매 의혹 건은 2009년도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당시 사건은 지난해 <동아일보> 등 몇몇 언론을 통해 익명으로 기사화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2009년 여름 무렵 성매매 일제단속 중이던 강남경찰서는 ‘주 의원이 강남의 한 호텔에서 유흥업소 여성에게 돈을 주고 관계를 맺고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받았다. 경찰은 곧바로 현장을 급습했고 주 의원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경찰은 현직 의원 예우차원에서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찰조사에서 주 의원은 동남아 항공티켓을 보여주며 “성매매가 아닌 여자친구다. 동남아 여행도 다녀온 사이다. 억울하다”며 성매매 사건이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 의원은 당시 성매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 의원은 당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해당 호텔이 술집과 객실이 함께 있는 구조라서 벌어진 오해다. 오해를 풀었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건은 주 의원의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검경 수사기관은 물론 관가에서도 소문이 파다했다.
검찰에 접수된 진정 내용과 가장 대치되는 부분은 당시 주 의원이 동남아로 출국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주 의원은 신상발언 자리에서 “사실이 아니면 목숨을 내놓겠다”라며 성매매는 물론 동남아도 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상발언 다음날(2월 28일) 기자와 통화한 주 의원 측 보좌관 역시 “주 의원은 당시 동남아를 간 적이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주 의원의 출입국 관리 내용조차 보지 않고 무리하게 소환통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진정서가 접수됐다하더라도 3년 전 경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난 사건을 굳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다시 꺼내들 이유가 있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주 의원의 주장처럼 ‘검찰의 정치개입’ 의혹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 등 같은 법사위 소속 야당 인사들도 주 의원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주 의원의 신상발언 직후 “검찰이 출입국 기록만 확인했어도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겠느냐.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정치공작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주 의원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라며 여당인 주 의원을 옹호하며 검찰을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 역시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난 사건을 검찰이 흘려 기사화가 됐다”며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총선 직전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현역 의원을 상대로 ‘금기 중에 금기’인 ‘섹스 스캔들’ 카드를 꺼내든 검찰 입장에서는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최근 여야를 불문하고 공세를 받고 있는 처지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주 의원이 검찰의 소환통보 이후 곧바로 ‘총선 불출마’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 의원은 향후 ‘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지만 그는 총선 불출마는 물론 ‘탈당’까지 선언했었다. 어쩌면 정치생명까지 끝날 수 있는 초강수였다.
주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당에 누가 될 수는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뭔가 찔리는 것이 있지 않겠나. 동남아 출입국 여부를 떠나 성매매 자체는 성립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떳떳하면 검찰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면 된다”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주 의원은 검찰의 소환통보일인 지난 2월 28일 검찰소환에 불응했다. 그는 “사건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검찰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또 내가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들의 목적도 달성됐다. 내가 조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와 통화한 주 의원 측 보좌관은 “신상발언에서 주 의원이 직접 발표한 그대로다. 주 의원의 총선불출마 선언은 그대로 이행될 것이다. 사건에 관해서는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재 주 의원이 소환통보에 불응한 만큼 통상적인 진정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민감한 시기에 떠오른 주 의원의 ‘섹스 스캔들’ 논란은 이제 검찰과 주 의원 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이 공개적으로 “기소할 테면 기소하라”며 검찰에 선전포고까지 한 만큼 이번 사건이 지루한 법정 공방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